뉴스를 보면서 점심을 먹던 사람들끼리 오랜만에 '정치 이야기'가 나온다. 과연 노 전 대통령이 직접 돈을 받았을까? 정치권의 자금 흐름은 어떻게 되고 있는 것일까? 드라마 <남자 이야기>처럼 리얼한 부패와 비리의 장면들을 파헤쳐 보고 싶다, 는 등의 이야기. 모 정당이 5-0 대패를 당했다느니, 모 당은 처음으로 국회의원이 나왔다는 등의 이야기도 나온다. 정치 '이야기'는 이렇게 흘러간다. 정치는 부패와 비리의 영역이며, 삼국지 게임의 땅따먹기처럼 의석 싸움이 벌어지는 곳이다. 무엇보다도 나와 유리된 가상의 공간으로 여겨지고, 논해진다.
이와 같은 '정치 이야기'는 정치의 풍경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대의민주주의의 기반을 이루는 정당 정치는 마치 폭력조직들의 세력 다툼처럼 여겨지기 십상이다. 각 정당은 각자의 지역적 기반(나와바리)를 토대로 국회(전국구) 의석을 획득한다. 그리고 5년에 한번씩 대통령(통합 보스)을 선출한다. 각 정당(조직)들의 정책과 이념들은 단순히 세 다툼을 위한 도구(사업)로 쓰여지는 것'처럼' 여겨진다. 유독 비리와 부패를 선정적으로 보도해대는 언론 매체들은 정치에 대한 그릇된 인식과 환상을 만든다. 정치는 곧 권력과 돈을 향한 지난한 투쟁과 다를 바 없다.
(사실 현실 정치의 실체가 그와 다를바 없을지라도) 정치에 대한 이러한 일반적인 인식은 '민주 공화국'이라는 정체성에 강렬한 위기를 불러온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그러나 국민들 스스로 이러한 '권력 행사'를 단순히 자신들과 유리된 '정치'의 영역으로 생각할 때, 그리고 그 정치를 권력과 돈, 부패와 비리라는 이미지로 어둡게 매듭 지어놓을 때 '현실 정치'는 그때야말로 자신들의 속성을 마음껏 풀어 헤쳐놓는다. 대의민주주의를 이룩하기위한 수단이어야할 선거는 정치적 시나리오를 갖춘 쇼로 전락한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선거권을 행사하는 '주체'의 위치보다는 선거를 바라보는 관객의 위치를 선택한다는 것은 이러한 '쇼'를 묵인한다는 뜻이다. 대의민주주의의 정치적 실천자가 아닌, '쇼'의 연기자 역을 맡는 정치인들은 더욱 자극적인 '작품'을 통한 스타의 길을 걷는다. (가끔 스스로가 정말로 조폭 영화의 주인공이 된 양 착각하는 사람들은 조폭 영화보다 더 자극적인 액션 연기를 보여주기도 한다.)
이 것은 단지 '현실 정치'의 문제가 아니다. 정치를 사회를, 역사를 단지 나와 유리된 풍경으로 바라보는 인식 자체가 문제인 것이다. 이러한 유리된 인식 속에서 정치와, 사회와, 역사에 대한 탄식은 다만 탄식에 그칠 뿐, 정치와, 사회와, 역사를 통해 스스로 '무언가 해보겠다'는 적극적 의지가 결여되어 있다. 이러한 의지의 결여 속에 정치와 사회와 역사는 (남은 몰라도) 나에게는 유무형의 위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착각을 주고, 세상이라는 풍경은 소비 사회의 다원화된 이미지, 환상으로 구성된다. 그리고 그 환상 속에 바로 '그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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