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설2009/08/01 18:08

 (냉정하게 말해서)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가 대중문화를 소비함에 있어서 기획사가 생산자 입장이라면 아이돌은 상품이겠고, 우리 같은 팬들은 소비자겠죠. 그러나 다른 산업 부문의 소비자들 보다 팬들이 소비자 입장에서 생산자에게 요구할 수 있는 부분은 상당히 적은 것 같습니다. 그건 팬덤이라는 소비자들이 아이돌을 언제나 바꿔 선택할 수 있는 단순히 상품으로 대하지 않고, 특별한 관심과 애정의 대상으로 삼고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여기서 기획사와 아이돌, 그리고 팬층에 걸친 기묘한 삼각의 긴장관계가 형성, 가시화됩니다. 팬들의 경우는 이런 질문에 적어도 한 번쯤은 직면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내가 좋아했던 SM의 잘 가공된 상품일까, 아니면 동방신기 그 자체일까?" 질문을 부인하고 전자쪽으로 기우는 사람은 SM이 준비한 다른 아이돌로 옮겨가서 팬질을 하면 되겠죠. 다만 후자의 경우를 택하더라도 사실 팬 입장에서 실질적으로 아이돌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만한 것은 그리 없습니다. 팬클럽에도 SM공인마크를 붙이고 노래 응원방법까지 기획사에서 짜서 알려주는 상황에서 팬들의 자율성은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상황이죠. 그리고 우리는 그 사실을 '어쩔 수 없이' 인정하면서 팬질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구요.


 저는 SM과 소속 아이돌 간의 끊임없는 분쟁들을 보면서 이제 팬들이 어느 정도 소비자 입장에서 하나의 '소비자 운동'을 벌일 때가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저도 소시 팬으로 아이들을 무리한 스케줄로 돌리는 기획사에 대한 불만이 점점 크게 쌓이고 있기도 하구요. 물론 지금 카아 분들이 하고 있는 포털 사이트 등에서 대중들의 여론을 바꾸기 위한 '총공격' 역시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긴 하겠지만, 앞으로 계속되서 일어날 기획사들의 횡포에 맞서기 위하여 그것보다 더 적극적인 방법을 강구해보아야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예전에 슈주 팬들이 새로운 멤버 영입 문제를 두고 주장하기도 했던 주식 구매 역시 아주 강력한 방법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이미 이통동신사들의 횡포에 맞서 벌어진 '소액주주운동'의 팬덤 버전으로 하면 될 것 같네요. 물론 팬들이 하나의 특정한 조직으로 뭉쳐 있지 않고 이곳 저곳 산개되어있기 때문에 힘든 이야기이긴 하겠지만, 참여연대나 문화연대 같은 시민단체들과 연계하여 소액 주주 운동을 선언하고 그때부터라도 하나의 범 팬덤적인 조직체를 만들어 나가면 아주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물론 그 운동의 가장 큰 목적은 관행화되어있는 기획사와 아이돌 사이의 불공정한 계약 관계를 고쳐 나가는데 있겠죠.


 현재 SM 주식 총 자산이 한 900억 정도 되는 걸로 알고 있어요. 카아 분들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이돌 팬덤 중에서 가장 크고 잘 뭉치는 팬덤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습니다. 크게 잡아서 30만, 적게 잡아도 10만을 넘을 것 같네요. 현재 SM 주식이 4000원 선인데, 1인당 10만원 씩만 SM 주식을 구매해도 100억입니다. 현재 SM 지분의 25% 가량을 이수만 이사가 보유하고 있고, 17% 정도를 에이백스가 가지고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100억이면 12% 입니다. 팬들의 의견을 반영하기에 충분한 지분이죠. 소액 주식들의 권리를 위임할 조직체를 만드는 것이 어렵긴 하겠지만, 현재 장자연,  유진 박 사건 등으로 기획사들의 횡포가 충분히 사회적 의제로 가시화 되고 있는 만큼 팬덤과 시민 단체들이 충분히 협의를 가진다면 팬덤의 소액주주 운동도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일단 저만 해도 팬질에 십수만원을 쏟아붓는걸 아깝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인데, SM 주식 수십만원 어치 사기가 어려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기부나 구매를 통해 자신의 자산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주식 형태로 바꾸어 보유하는 것이니까 사실 돈이 드는 일도 아니에요. (물론 주가 변동에 따른 리스크가 있겠지만, 주식 보유의 목적이 자산 증식이 아닌 아이돌의 권리 증익을 위함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그건 무시할 수 있겠죠.) 저는 카아 분들이 이번 사건을 토대로 무시당해 왔던 팬-소비자들의 힘을 새롭게 보여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운동이 전개 된다면 저 역시 수십 만원 정도 함께 참여할 의향이 충분히 있구요.


 동방 팬덤 중 구심점이 될만한 어떤 조직체가 있다면, 이런 운동을 전개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제가 좀 특수한 신분이라 총대를 멜수가 없어서 정말로 안타깝습니다..) 이미 '아이돌'이 등장한지 십수년이 지났지만, 기획사 자본에 의하여 종속적인 관계에 놓일 수 밖에 없는 아이돌과 팬덤의 역사는 흔들림 없이 계속 되고 있어요. 이번 사건을 출발로 무언가 새로운 관계가 생겨나야 할 시기가 아닐까요? 팬덤들의 소액 주주 운동, 이제는 정말 하나의 의제화가 되어야할 필요를 느낍니다.





- 이 글을 처음 쓴 곳은 poplez다.  http://poplez.net/guestbom/390583


2009/08/01 18:08 2009/08/01 18:08
Posted by 프리스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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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 소녀시대팬이 동방신기팬께 드리는 글  Delete

    2009/09/06 13:05 Tracked from프리스티

    (냉정하게 말해서)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가 대중문화를 소비함에 있어서 기획사가 생산자 입장이라면 아이돌은 상품이겠고, 우리 같은 팬들은 소비자겠죠. 그러나 다른 산업 부문의 소비자들 보다 팬들이 소비자 입장에서 생산자에게 요구할 수 있는 부분은 상당히 적은 것 같습니다. 그건 팬덤이라는 소비자들이 아이돌을 언제나 바꿔 선택할 수 있는 단순히 상품으로 대하지 않고, 특별한 관심과 애정의 대상으로 삼고 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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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민규

    큭큭큭 울진에서 인터넷전화 단말기로 보면서 한참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 유쾌한 진지함이란?

    2009/08/14 16:42 [ Permalink : Modify/Delete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