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 있던 유시민의 <후불제 민주주의>를 읽었다. 별로 기대가 없었던 것에 비하여 상당히 흥미로운 독서 경험이었는데, 특히 국회의원/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자신의 경험을 풀어놓는 부분이 재미있었음. (물론 자화자찬이 대부분이었지만) 진보 정당이 체감하기 힘든 정치 '현장'의 문제들이 인상적이었음.
군대를 통해 느끼는 바이기도 하지만, 한국이라는 나라는 기본적으로 거미물같이 짜여있는 관료제 조직으로 돌아간다. 국가를 운영한다는 것은 곧 행정 조직을 어떻게 활용할 것이냐의 문제이기도 하다.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인 당조직 운영에서도 끝없이 문제들이 터져나오는 진보 정당들이 과연 국가를 '접수'하더라도, 그걸 어떻게 운영할 수 있을 것인가? (물론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국가 조직은 사라지는 매개자가 되어야하겠지만..)
'대한민국 헌법을 당위에서 존재로' 바꿔나가자는 유시민의 주장은 정치적으로 큰 힘을 지니고 있는 주장임은 틀림 없다. 이미 우리는 여러차례의 사건들에서 대중들이 가장 선호하는 메시지가 '대한민국 헌법 제 1조'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유시민은 이른바 '보수' '진보' 양 쪽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전개해가는데, (물론 그 강도의 차이는 있다.) 그 어조는 여전히 참여 정부 시절의 반복이다. 결국에는 '현실론'을 내세우며 반박 논리를 전개하는 것.
'지방 출신 고학생으로 한국에서 제일 좋은 학교를 나와 유학을 다녀오고 혁혁한 민주화 투쟁 경력에 이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으며, 40대에 국회의원을 두번하고 장관을 한 사나이'의 이야기의 '현실론'은 노무현과 마찬가지로 스스로의 도덕적 자신감에서 나오는 것이기도 하다.
그는 장하준과 최장집등을 언급하면서 자신의 공부 '레벨'에 대해 계속 자책하지만, 그 자책 속에서도 은밀한 지적 자신감 역시 묻어나는데(그가 장하준과 최장집을 언급하는 이유는, 결국 그들은 한국이라는 사회에서 유효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을 내놓지 못하는 '학자들'이라는 뜻이다.), 그런 와중에 계속 시민들 개개인이 '민주주의적 상식'을 갖출 것을 요구한다. 결국 그(와 노무현)가 주장하는 '사회자유주의'는 결국 '한국판 계몽의 프로젝트'로 이해할 수도 있을 듯. 실제로 노통은 유시민에게 "내가 무리하게 국민들을 계몽하려 했다"고 고백했다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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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16 18:03 Tracked fromCasino 1276648382Casino 1276648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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