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설2009/08/23 19:55

 소원을 말해봐 같은 경우는 음, 내가 남자라서 그런 부분에 대해 더 민감하게 느끼는 지도 모르겠는데.. 이를테면 소녀그룹에 대한 남자팬들의 인정할 수 없는 은밀한 욕망이 이번 컨셉에서 당혹스럽게 까발려졌달까, 그런 느낌?  좀 거친 예를 들면, 어릴 적 부터 귀엽게 생각해왔던 옆집 여동생이 갑자기 어느 날 여자로 인식되어온달까.. 물론 그 이전에도 내심 속으로는 그런 상황을 막연히 기대하고 상상하긴 했지만 막상 눈 앞에 다가오니 충격이 있달까 뭐 그런..
 여기에 좀 덧붙여서, 일단 뮤직 비디오를 통해서 이러한 '까발려짐의 불쾌함'을 설명할 수 있겠다. Gee 뮤직비디오는 뮤비 내에 본격적으로 남자(민호)가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으로는 '소녀시대'라는 자급자족 판타지를 그려내고 있다. Gee 가사에서도 나타나는 나르시즘적 분위기는 이러한 판타지를 구성하는데 일조하기도 한다. 그러나 소.말의 뮤비는 처음부터 누군가의 시선을 촬영 관점으로 두고 '소녀시대와 나'로 전개된다. 뮤비를 보는 사람들은 (마치 비쥬얼 노블 게임의 시선처럼) 자신의 위치에서 소녀들을 바라보며 때로는 태연의 손에 이끌리기도 하고, 때로는 수영의 케이크를 맞기도 한다. 뮤직비디오의 이런 구성은 소녀시대라는 판타지가 결국 '나의 시선'에 의해 결정된 것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순진무구하고 발랄무쌍한 소녀들이 그 자체로 감동적인 것이 아니라, 나의 욕망에 의하여 소녀들의 어떤 이미지를 포획했던 것이라는 바로 그 사실이다. 뮤비는 마치 (특히 남성/삼촌) 팬들을 조롱이라도 하듯이 멤버들을 각기 다른 3개 그룹으로 나누어 보여주는데, (역시 비쥬얼 노블 게임처럼) 우리는 뮤비에 펼쳐진 멤버 들 중 일부를 취사 선택하여 즐기게 된다. 각 멤버 개인들은 예전보다 더욱 스스로의 캐릭터성을 부여 받는다. 이때 팬들이 생각하는 '자연스러운 소녀의 이미지'는 휘발되고, 기획사/제작자에 의해 채택된 이미지 만이 남게 된다. 팬들이 애써 모른 척 하고 있었던 '아이돌은 결국 만들어진 이미지'라는 사실이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되는 것이다.

 Re) 적절한데. 비주얼 노블 게임하니까 예전에 말하려다가 까먹은 게 생각났는데 국문과 모 교수가 구운몽이 미연시로 만들면 딱 들어맞는다고 말했다함. 소시의 이번 뮤비는 소비자로 하여금 스스로 욕망하는 불가능하게 하는 측면이 있음. 그냥 눈앞에 완전히 가공된 형태의 환상을 제시해 주는 것. 이전의 소시가 '소녀'였다면 지금은 마법의 '지니'로서 일상세계를 초월해 버린다는 느낌이랄까?
 말한대로 '은밀한' 욕망을 품는 것을 가능케 해주는 '거리'가 크든 작든 삭제된 것은 맞는 것 같음. 지젝은 이렇게 꿈의 환상이 현실로 실현되는 것을 가리켜 오히려 '악몽'이라고 말한 바 있지. 하지만 부성적 세계와의 대결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보하는 신경증적 주체보다는, 제공된 이미지를 소비하고 그것으로 자신을 치장하는 데 익숙한 오늘날의 비자율적이고 도착적인 주체들은 이런 것들을 받아들이는 데 크게 어려움을 느끼지 않을 듯. 어떤 의미에서 SM의 전략은 예리하다고 할 수 있는데 그동안 음성적으로 축적되어 왔던 일본적인 소비문화의 토대를 읽고 전유하려고 한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따라서 이런 분석에 기반하면 앞으로 소녀시대의 활동이 어떻게 진행될지 대강은 짐작해 볼 수 있을 듯. 이전처럼 '우리는 소녀시대입니다!'라며 친근하고 일상적이며 귀엽고 예쁜 이미지(사실 '우리는 신화입니다!' '동방신기에요!'등에서 볼 수 있다시피 굉장히 클래시컬한 아이돌들의)로 진행되지는 않을 거 같음. 이걸로 롱런할 수는 없다는 계산이 있을 테고. 이후에는 아마도 신화와 모닝구 무스메의 중간 정도로 진행되지 않을까 싶음. '그래도 우리는 하나'식의 한국형 아이돌 특유의 인간미를 아예 놓치는 않으면서, 그 동시에 비주얼 노블 게임이나 일본의 그룹들처럼 각각의 캐릭터의 독특한 이미지들을 심화시켜 나가는 식으로 진행되지 않을까 싶음. 거칠게 말해서, 이전에는 누구나 다 즐겨먹을 수 있는 산뜻한 한상차림이었다면, 이제는 먹고 싶은 대로 골라 먹을 메뉴를 제공하는 쪽으로 전화되지 않을까 싶음. 그리고 소비층에서도 뭔가 그걸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 같고. 캐릭터 심화의 징후가 아직은 잘 보이지 않는 것 같은데 지금까지의 소시가 확실히 '누굴 좋아하든 큰 상관이 없는' 그런 총체적인 이미지를 띠고 있다는 것은 그리 틀린 이야기는 아닌 듯(티파니와 유리를 구별해 주는 차이는 상대적이지 절대적이지는 않다는 것). 이전의 '무난함'은 좀 감소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 기획사 쪽에서는 만약 이후의 행보에서 그룹활동을 넘어 캐릭터별 상품을 개발하고 그에 대한 고정적 소비층만 확보되면 손해보지는 않을 장사가 될 거 같군.
 이런 변화에서 오덕식 소비에 별로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10,20대 넓게는 30대는 괜찮을 거 같은데 가장 곤란하게 된 것은 아마도 '삼촌팬'들이 아닐까 싶음. 정말 프로페셔널하다고까지 말할 수 있는 중년 소비층이 생성되느냐 아니면 삼촌팬의 이탈이 일어날 것이냐. 아마도 두 경향이 동시적으로 일어나긴 하겠지만 전자 쪽의 경향이 우세할 거 같음.  아무래도 소시의 활동공간이 공중파보다는 케이블 쪽으로 이동할 거 같다는 예감이 좀 강하게 듬. 캐릭터별 상품화를 하려면 개별적인 이미지 구축을 위해 다큐나 그러한 프로그램을 맡아야 되는데 공중파의 후덕함은 그런 걸 처리하기에는 확실히 약함. IPTV가 지금 보급이 많이 됐나? TV시청의 기술적 변화가 잘만 만난다면 아마도 향후 2년 내에는 소녀시대를 통해 스펙터클의 신지평을 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하지만 신지평이라 해봐야 일본의 반복일 공산이 높다만.

2009/08/23 19:55 2009/08/23 19:55
Posted by 프리스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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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프리스티

    이미 SM은 다른 기획사들과 달리 어느 정도 'SM 월드'라는 공간을 구축해 놓았고, 이러한 SM 월드의 다양한 소속 가수들이 이미 제 각기의 영역을 만들어놓았다. 이를테면 동방신기와 슈퍼주니어의 영역은 확연히 다르다. 동방신기가 클래식 아이돌이라면 슈퍼주니어는 시장에 최적화된 캐릭터 상품이고.
    SM이 처음에는 소녀시대를 슈퍼주니어와 유사한 방향으로 끌고 나가려고 했겠지만, 그룹 활동이 예상보다 더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에 소녀시대를 적극적으로 한 방향으로 밀고 나가기 보다는 어정쩡한 프로토 타입으로 활용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2009/08/23 19:57 [ Permalink : Modify/Delete : Reply ]

빠설2009/08/01 18:08

 (냉정하게 말해서)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가 대중문화를 소비함에 있어서 기획사가 생산자 입장이라면 아이돌은 상품이겠고, 우리 같은 팬들은 소비자겠죠. 그러나 다른 산업 부문의 소비자들 보다 팬들이 소비자 입장에서 생산자에게 요구할 수 있는 부분은 상당히 적은 것 같습니다. 그건 팬덤이라는 소비자들이 아이돌을 언제나 바꿔 선택할 수 있는 단순히 상품으로 대하지 않고, 특별한 관심과 애정의 대상으로 삼고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여기서 기획사와 아이돌, 그리고 팬층에 걸친 기묘한 삼각의 긴장관계가 형성, 가시화됩니다. 팬들의 경우는 이런 질문에 적어도 한 번쯤은 직면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내가 좋아했던 SM의 잘 가공된 상품일까, 아니면 동방신기 그 자체일까?" 질문을 부인하고 전자쪽으로 기우는 사람은 SM이 준비한 다른 아이돌로 옮겨가서 팬질을 하면 되겠죠. 다만 후자의 경우를 택하더라도 사실 팬 입장에서 실질적으로 아이돌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만한 것은 그리 없습니다. 팬클럽에도 SM공인마크를 붙이고 노래 응원방법까지 기획사에서 짜서 알려주는 상황에서 팬들의 자율성은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상황이죠. 그리고 우리는 그 사실을 '어쩔 수 없이' 인정하면서 팬질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구요.


 저는 SM과 소속 아이돌 간의 끊임없는 분쟁들을 보면서 이제 팬들이 어느 정도 소비자 입장에서 하나의 '소비자 운동'을 벌일 때가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저도 소시 팬으로 아이들을 무리한 스케줄로 돌리는 기획사에 대한 불만이 점점 크게 쌓이고 있기도 하구요. 물론 지금 카아 분들이 하고 있는 포털 사이트 등에서 대중들의 여론을 바꾸기 위한 '총공격' 역시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긴 하겠지만, 앞으로 계속되서 일어날 기획사들의 횡포에 맞서기 위하여 그것보다 더 적극적인 방법을 강구해보아야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예전에 슈주 팬들이 새로운 멤버 영입 문제를 두고 주장하기도 했던 주식 구매 역시 아주 강력한 방법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이미 이통동신사들의 횡포에 맞서 벌어진 '소액주주운동'의 팬덤 버전으로 하면 될 것 같네요. 물론 팬들이 하나의 특정한 조직으로 뭉쳐 있지 않고 이곳 저곳 산개되어있기 때문에 힘든 이야기이긴 하겠지만, 참여연대나 문화연대 같은 시민단체들과 연계하여 소액 주주 운동을 선언하고 그때부터라도 하나의 범 팬덤적인 조직체를 만들어 나가면 아주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물론 그 운동의 가장 큰 목적은 관행화되어있는 기획사와 아이돌 사이의 불공정한 계약 관계를 고쳐 나가는데 있겠죠.


 현재 SM 주식 총 자산이 한 900억 정도 되는 걸로 알고 있어요. 카아 분들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이돌 팬덤 중에서 가장 크고 잘 뭉치는 팬덤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습니다. 크게 잡아서 30만, 적게 잡아도 10만을 넘을 것 같네요. 현재 SM 주식이 4000원 선인데, 1인당 10만원 씩만 SM 주식을 구매해도 100억입니다. 현재 SM 지분의 25% 가량을 이수만 이사가 보유하고 있고, 17% 정도를 에이백스가 가지고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100억이면 12% 입니다. 팬들의 의견을 반영하기에 충분한 지분이죠. 소액 주식들의 권리를 위임할 조직체를 만드는 것이 어렵긴 하겠지만, 현재 장자연,  유진 박 사건 등으로 기획사들의 횡포가 충분히 사회적 의제로 가시화 되고 있는 만큼 팬덤과 시민 단체들이 충분히 협의를 가진다면 팬덤의 소액주주 운동도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일단 저만 해도 팬질에 십수만원을 쏟아붓는걸 아깝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인데, SM 주식 수십만원 어치 사기가 어려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기부나 구매를 통해 자신의 자산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주식 형태로 바꾸어 보유하는 것이니까 사실 돈이 드는 일도 아니에요. (물론 주가 변동에 따른 리스크가 있겠지만, 주식 보유의 목적이 자산 증식이 아닌 아이돌의 권리 증익을 위함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그건 무시할 수 있겠죠.) 저는 카아 분들이 이번 사건을 토대로 무시당해 왔던 팬-소비자들의 힘을 새롭게 보여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운동이 전개 된다면 저 역시 수십 만원 정도 함께 참여할 의향이 충분히 있구요.


 동방 팬덤 중 구심점이 될만한 어떤 조직체가 있다면, 이런 운동을 전개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제가 좀 특수한 신분이라 총대를 멜수가 없어서 정말로 안타깝습니다..) 이미 '아이돌'이 등장한지 십수년이 지났지만, 기획사 자본에 의하여 종속적인 관계에 놓일 수 밖에 없는 아이돌과 팬덤의 역사는 흔들림 없이 계속 되고 있어요. 이번 사건을 출발로 무언가 새로운 관계가 생겨나야 할 시기가 아닐까요? 팬덤들의 소액 주주 운동, 이제는 정말 하나의 의제화가 되어야할 필요를 느낍니다.





- 이 글을 처음 쓴 곳은 poplez다.  http://poplez.net/guestbom/390583


2009/08/01 18:08 2009/08/01 18:08
Posted by 프리스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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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민규

    큭큭큭 울진에서 인터넷전화 단말기로 보면서 한참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 유쾌한 진지함이란?

    2009/08/14 16:42 [ Permalink : Modify/Delete : Reply ]

빠설2009/07/22 15:25

소녀시대의 뮤뱅 2위와 팬들의 반응을 보면서 다시 한번 느끼게 되는 것은, 팬들은 팬 자신들을 제외한 전부가 가수에게 적대적이라고 느낀다는 사실이다. 이를테면 HOT나 신화 팬들이 활동 내내 '기획사 마저도 믿을 수 없다'는 심리를 가졌다. 특히 HOT팬들 같은 경우는 팬들을 제외한 모든 여론이 HOT에게 적대적이라는 의심증을 가지고 있었다. 이는 1세대 아이돌에 대한 기성세대 - 음악 팬들의 비판적 여론이 실제로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나, 그렇게 간단히 보기엔 또 팬들의 적대심이 너무 무서울 정도였다.

소녀시대 팬들 역시 마찬가지인데, 이들은 '드콘 침묵 사건' 이후 언론 매체 뿐 아니라 다른 팬덤에게도 무서울 정도의 적개감을 가지게 되었다. 심지어 같은 SM 계열 팬덤에게까지도! 여성 팬들 비율이 높은 베스티즈 같은 경우는 그런 경향이 좀 덜하긴 하지만(이들 중에서는 다른 SM 남자 아이돌 팬을 겸업하는 경우가 많다) DC 소갤 같은 곳은 그야말로 적개심으로 똘똘 뭉친 커뮤니티다.

그런데 이 적개심은 팬 고유의 것인가? '나와 당신' 이외의 모든 것은 우리의 사랑을 방해하는 것이라는 고전적인 연인들의 심리는 어떤가? 아이돌-팬 심리와 연애 심리의 유사성에 대해서는 좀 고민을 해봐야할 부분 같다.

 '왜냐하면 신자들끼리의, 국민들끼리의 놀라운 유대는 신과의 동일시/정체화를 매개로 한 서로에 대한 정념적 사랑에 기초하고 있는데, 이러한 사랑의 이면은 초월적인 신의 감시와 처벌에 대한 공포와 잠재적인 적으로서 이웃에 대한 일반화된 증오를 동반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에티엔 발리바르, <스피노자와 정치>

 여기서 신자, 국민이라는 공동체를 팬덤으로 대체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팬덤은 아이돌과의 동일시를 매개로 한 정념적 사랑에 기초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팬심의 이면은 언제고 밝혀질 수 있는 아이돌의 변모에 대한 공포심과 - 이를테면 스캔들과 루머 - 잠재적 경쟁자/안티로서 다른 팬덤과 언론들에 대한 증오를 동반한다..
2009/07/22 15:25 2009/07/22 15:25
Posted by 프리스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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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설2009/07/22 14:53

1.

 얼마전 앨범이 제 손아귀에 들어왔습니다. 이미 처음 뮤비를 본 순간부터 이번 앨범에 대한 입장 정리를 해둔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리 충격은 없군요. 아무리 생각해도 '소원을 말해봐'의 가사는 뭐랄까, 소녀시대 남성팬들이 가지고 있던 미묘한 불편함을 밖으로 꺼내놓은 듯한 느낌이라.. 이를테면 이런 느낌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허물없이 귀여워 해주면서도 속으로는 내심 만약 이 아이가 이성으로 다가오면 어떤 느낌일까, 하고 은밀히 홀로 상상하며 즐거워하던 귀여운 후배 여자애가 어느날 갑자기 나를 대놓고 유혹하는 상황에서 느끼게 되는 당혹감. 너의 판타지를 숨김없이 말해보라니, 다름 아닌 우리 탱구가!!!!!!!


뭐 이제 음원이 공개된지도 3주가 넘어서 처음의 당황스러웠던 느낌은 많이 희석되었지만 다음 정규앨범에서 도대체 SM이 소녀들에게 무슨 짓을 시킬지 걱정되기도 합니다. 아마 제 생각대로라면 지금 이상의 무언가는 시도하지 않겠지만..


2.

 두번째 미니앨범을 낼 때 SM측에서도 상당히 많은 고민을 했던 것 같습니다. 애초에 소녀시대는 작년 10월 경에 정규 2집을 낼 예정이었고, Gee 역시 이 앨범에 수록될 곡이었죠. 그런데 그 앨범이 엎어지면서, 정규 앨범을 올 해 전반기로 미루자니 연말 가요 대상이 걸리고, 그렇다고 후반기에 내자면 공백기간이 너무 길어지게 되죠. 이런 상황에서 정규 앨범을 후반기에 내되, 미니앨범을 통해 공백기간을 줄여보자는 심산에서 Gee 미니앨범을 냈던 것 같습니다. 애초에 미니앨범으로 대박을 내겠다는 생각보다는, 09년 초에 미니 앨범 한 장, 여름에 또 미니 앨범 한장을 내면서 인기를 유지해가다가, 09년 말에 정규 앨범을 내면서 09년 가요계를 결산해버리겠다는 생각이었던 것 같아요. 그러나 'Gee'가 생각보다 너무 큰 인기를 얻고, 또 활동이 생각보다 오래 진행되게 되면서 소녀시대가 두번째 미니앨범을 낼 시기도 애매해졌고, 이미지변신에도 어려움을 겪게 된 것 같습니다. '소.말'이 밀리터리 + 섹시 룩이라는 무리한 컨셉을 선택하게 된 것도 무언가 Gee의 이미지를 돌파해야한다는 부담감에서 시도된게 아닐까요.


 사실 두번째 미니앨범은 '소.말'과 다른 수록곡들 사이에 갭이 너무 심합니다. 언제나처럼 '소녀'다운 러블리송 'Etude'가 포함되었고, 가볍고 트렌디한 BGM 스타일 일렉트로닉 팝 '여자친구', 전형적인 SM 스타일 댄스 팝 '남자친구'가 이어지면서 '그대를 부르면' - 'Dear Mom' 같은 순수하고 어린 소녀 이미지를 강조하는 곡의 계보를 잇는 '동화'로 마무리됩니다. 물론 제시카와 온유의 듀엣곡인 '1년後'가 있지만 이건 SM팬들을 위한 서비스 성격이 크구요. '소.말'을 제외한다면 모든 곡들이 이전 앨범들과 유사한 구성을 보여줍니다. 원칙적으로 따지자면 'Etude'쪽이 타이틀로 적합해 보이는데, 결국 '소.말'을 타이틀로 하고 앨범 컨셉 자체를 그렇게 잡게 된 것은 소녀시대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어야한다는 SM의 조바심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1집 정규 앨범이 이승철의 노래를 리메이크하는 안전한 선택을 했던 것 처럼 소녀시대 2집 역시 정규앨범인 만큼 과도한 위험을 무릅쓸 수 없겠죠. 따라서 두번째 미니앨범에서 승부를 걸어야 하겠지만, 글쎄요. 현재 시장의 반응이 뜨겁긴 하지만 여전히 예능과 기타 방송을 통해 성숙함보다는 발랄하고 건강한 소녀의 이미지를 벗지 못하고 있는 만큼 이러한 시도가 과연 성공할지는 의심스럽습니다.

3.

 이번 앨범에서는 타이틀 곡과 '남자친구'가 외국곡이죠. SM은 이미 보아나 SES 시절부터 외국곡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재미를 본 기억이 있습니다. 최근 샤이니의 '줄리엣'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겠죠. 그러나 예전만큼 외국 곡들이 한국에서 잘 통할지에 대해서는 좀 회의적이에요. 예전에야 한국 대중 음악 시장이 워낙 영미/일본에 비해 트렌드에서 뒤쳐진 감이 있었지만, 이제는 한국도 10년이 넘는 아이돌/댄스 시대를 거치면서 쌓아온 댄스/팝 장르에 대한 노하우가 적지 않고, 게다가 2000년대 중반부터 일렉트로니카의 기법을 활용한 세련된 댄스 팝이 많아졌거든요. 게다가 이미 작년 한 해 동안 음악 소비자들은 이러한 공식으로 제작된 후크 송들에 길들여진 상태에요. 일례로 브아걸이 다른 걸그룹들에 비해 브랜드 파워가 현격히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어쩌다'나 'My Style' 같은 좋은 댄스 팝을 선별하여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낸것을 생각해봅시다. 브아걸에게 영광의 시대를 열어준 'L.O.V.E'가 비록 외국곡을 샘플링했지만, 오히려 편곡 시 한국 댄스음악의 공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열광적인 반응을 가져왔거든요. 한국 댄스 음악의 흐름이 이렇게 바뀌는 것에 비해, 오히려 SM은 이런 방식과 조금 거리를 둔 곡들로 승부를 보거나(동방신기의 '미로틱')아니면 그 트렌드를 극한으로 끌고가는 방식으로(소녀시대 Gee) 승부를 보고 있습니다. 전자는 기존의 SM 월드를 굳건히 유지하는 방법이고, 후자는 SM월드로 새로운 소비자들을 포섭해나가는 방법이겠죠. 이는 아마 각각 여성 팬과 남성 팬이라는 다른 성격의 타겟을 잡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SM은 이제까지 이렇다할 히트곡이 없었던 슈퍼주니어마저도 장기간 차트를 접수하게 만들면서 정말로 SM 왕국을 건설하고 말았습니다.


 그 연장선상에서 첫 앨범이 등장한게 바로 소녀시대의 두번째 미니앨범입니다. 그런데 두번째 미니앨범은 앞서도 이야기했듯이 그 정체성이 애매합니다. 'gee'처럼 국민 가요를 내기에는 타이틀 곡이 너무 명확하게 기존 팬들을 타겟으로 하고 있고, 기존 팬들의 입장에서 - 특히 남성 팬들 입장에서 - '소.말'의 컨셉이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거든요. 'gee'니까 남성(특히 삼촌)팬들이 팬질을 할 수 있었지, '소.말' 같은 섹시 컨셉은.. 당혹스럽죠. 어떤 컨셉을 하고 나오든지 충성을 유지하는 여성 팬들과 달리 남성 팬들은 이미지 변신에 따른 이탈 현상이 유독 크기도 하구요. 혹 곡이 정말로 훌륭해서 음악 팬들의 지지를 얻기라도 한다면 모를까...(동방신기는 이를 어느 정도 달성한 것으로 보입니다.) '소.말'은 정말 앞날을 종잡을 수 없는 상황 같습니다.


4.

 'Gee'의 대히트를 이어가야한다는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소녀시대는 그럭저럭 순항하고 있긴 합니다. 다만 아시운 점은 모처럼 이미지 변신을 위해 무리수를 두었으면서도, 여전히 기존 소녀시대의 이미지로 돈을 뽑아내려는 기획사의 방싟입니다. '소.말'의 정식 음원은 앞부분과 뒷부분에 소녀들이 웃고 떠드는 짧은 skit 부분이 있는데, 이는 어떻게든 이미지 변신을 꾀하면서도 기존의 발랄한 이미지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는다는 증거죠. 앞부분 Skit에서 소녀다운 이미지를 깔다가, 노래가 나오는 순간 새로운 Fantasy를 느끼게해주고, 다시 소녀로 돌아간다는 그런..


 또 다른 아쉬움은 뮤직비디오입니다. Gee 뮤비가 남자 캐릭터를 등장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소녀시대'라는 자기 완결적 판타지를 그려냈던 것 과 달리 '소.말'의 뮤비는 (마치 에로게와 같이!) 관음증적 시선을 적극적으로 채택하며 '나와 소녀시대'라는 관계를 보여줍니다. '나'라는 시선이 등장하면서 각 멤버들은 (또다시, 마치 에로게 처럼!)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는 듯 성격화되구요. 멤버들이 세 그룹으로 나뉘어 각기 다른 공간에서(이 공간도 마치 모텔과 클럽 같은 느낌입니다! 뭥미.) '나'와 함께하는 것이나, 서현이 날개를 달고 춤을 춘다던가 수영이 상당히 보이쉬한 캐릭터로 변신했다던가 하는 것들이 뮤비에서 시도된 멤버들의 캐릭터라이징을 입증합니다. 이미 많은 소시팬들이 뮤비의 이러한 설정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데, 뮤직비디오에 '시선'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팬들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은밀한 즐거움을 바깥으로 끄집에내는 행위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많은 불만에도 불구하고 소녀시대의 앨범 자체는 만족스러운 편입니다. 특히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점은 이전 앨범과 달리 전 곡 모두 고르게 뛰어난 퀄리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곡 구성과 전개가 어딘지 모르게 어색했던 순수 이미지 9명 떼창 발라드 곡을 듀엣으로 대체하고, 황성제의 능력이 빛나는 '동화'라는 곡을 배치한 점은 칭찬하고 싶어요. 백코러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동화'는 9명이라는 숫자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면서, 곡 자체도 사운드가 꽉 찬 훌륭한 곡이에요.


 다음 정규 앨범에 대해 SM에 한가지 제안하자면, 타이틀 곡은 '소녀시대'나 '힘내'를 넘어 좀더 롹킹한 노래로 나가는게 어떤가 하는 점입니다. SM 주력 작곡가 중 하나인 Kenzie가 원래 락 음악을 했다는 사실은 이미 잘알려져있죠. 게다가 보통 SM 가수들이 알앤비 스타일 보컬이 대부분인데, 소녀시대의 메인보컬인 태연은 락에 어울리는 보이스를 가지고 있거든요. 써니나 수영 역시 마찬가지기도 하고.. 한번쯤 더 강렬한 곡으로 팬들을 놀라게 해주었으면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하긴, 얼마전에 트랙스의 정모군이 인터뷰에서 SM에서 가장 락킹한 그룹이 소녀시대라고 하긴 하더군요. 크크. 다음 앨범이 기다려집니다.

2009/07/22 14:53 2009/07/22 14:53
Posted by 프리스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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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설2009/06/21 15:14

송기화

1. 얼마 전 왕비호가 지적했듯이 소녀시대의 9명 구성은 한 노래에서 1인당 17초 정도의 파트를 부여합니다. 솔직히 9명은 너무 많은 거 아닌가 싶은데다가 사실 아직도 누가 누군지 모르겠고 얼마전에 이것저것 궁시렁거렸다가 선배들에게 소녀시대를 모욕한다며 다구리를 맞아 소시에 대한 관심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예찬님의 소녀시대 예찬론으로 저를 소시빠로 만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제가 어떻게 소녀시대 팬이 되었는지 간증의 시간을 가지도록 하겠습니다. 때는 2007년 여름, 자주 들리는 D모 게시판을 훑고 있던 저는 '소녀시대 엠카 비방 데뷔 영상'이라는 글을 클릭하게 됩니다. 물론 그 전 부터 SM에서 소녀시대라는 그룹이 나온다는 소문은 들어 알고 있었어요. 저는 대중가요에 관심이 많은 편이었고, SES - 보아 - 천상지희로 이어지는 SM의 여자 아이돌들에게도 상당히 큰 호감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특히 블로그나 이런저런 커뮤니티로 알게된 MSN 대화상대들 중에서는 몇 년 동안 아이돌에 대한 지치지 않는 관심을 가지고 살아온 누나들이 많았기 때문에 그당시의 저는 SM의 신인 그룹은 물론이고 일본 걸그룹들의 멤버교체에 대한 뉴스들마저도 들어서 알게 될 수 밖에 없는 상태였죠. 제시카는 SM연습생까페를 통해 유명한 얼짱이다, 효연이 바로 그 보아 mkmf의 실루엣 댄스의 주인공이라더라, 뭐 이런 정보까지 대충은 들어 알고 있었죠. 그냥 그 뿐이었어요. 아홉명짜리 그룹? 이번에는 꽤 많이 나오는군. 이름이 소녀시대? 이승철이 기분 좋아하겠는데? 뭐 이런 정도의 생각만 가지고 있었죠.


그러다가 그 영상을 보게 된겁니다. 공식적으로는 소녀시대가 대중들에게 처음 노출된 무대였어요. 비방용이었고, 아마 안무의 최종테스트와 신인 홍보를 위해 기획사 측에서 찍은 듯한 영상이었기 때문에 멤버 클로즈업 같은 건 없었고, 아홉명이 펼치는 군무를 한번에 담은 영상이었죠. 근데 이게 정말 장난이 아닌겁니다. 그때만 해도 다 똑같이 생긴 것처럼 보였던 아홉명의 소녀들이 정말 1초의 오차 없이 완벽한 군무를 보여주는거에요. 게다가 마지막에는 이 소녀들이 한꺼번에 발차기를 하네? 와우, 파격적인걸.


군무도 입 딱벌어지게 대단했지만, 일단 노래가 정말 좋더라구요. <다시 만난 세계>. 일본틱한 제목을 달고 나온 노래인데, 잘 빠진 댄스곡이었어요. 아니, 단순히 잘 빠진 정도가 아니라 뭐랄까, 2000년대 초반 한국 아이돌들의 전성기 때 나왔던 '명곡'의 느낌. 굳이 말하자면 SES가 이 곡을 했다면 정말 걸그룹의 최종 고지를 올라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 정도로 좋은 곡이더라구요.  괜찮은데,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역시 보아의 좋은 노래들을 작곡했던 kenzie의 곡이더군요.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죠.


사실 남자아이돌에게도 꽤 관심이 큰 저에게 SM이 내놓았던 동방신기 - 슈퍼주니어의 라인업은 그리 흡족한 건 아니었죠. 그때 막 동방신기가 과도한 SMP로 지탄을 받고 있었을 때라고 기억하고, 슈퍼주니어는 이거 뭐 막장 그룹이 따로 없는 수준이었으니까. 그런 상황에서 주목할만한 SM 아이돌이 나온거죠. 오호, 흥미가 생기는데?


그리고 뮤직비디오가 공개되었고, 소녀시대가 공중파 데뷔를 하게 됩니다. 이때부터 저는 소녀시대의 무대를 챙겨보기 시작해요. 그리고 인터넷 여론의 중심 DC인사이드에서도 반응이 오기 시작합니다. 무려 '소녀시대 갤러리'가 생기기도 했죠. 단순한 흥미로 들어갔던 소녀시대 갤러리에서 '소녀, 학교에 가다'라는 흥미다큐성 기획 프로그램을 다운 받게 되구요. 근데 이걸 보다 보니 얘네 숙소가 우리 집 바로 옆이네? 우리 동네 애들이네? 알고 보니 고등학교 후배네? 이런 식으로 저의 관심을 자극하는 요소들을 하나 하나 알게 되죠. 그리고 '소녀, 학교에 가다'를 끝까지 다 보고 나니 전 어느새 소녀시대의 팬이 되어있었습니다. 작고 귀엽지만,  성숙하고 어른스러운 꼬꼬마 리더 태연, 정말 여신같은 미친 미모를 가지고 있지만, 웃을 때는 아주 호탕한 윤아, 맹한 구석이 있으면서도 장난스럽고 귀여운 티파니, 기대만큼 예쁘진 않았지만(흠, 흠) 귀엽게 시크한 매력이 있는 제시카, 까불거리는 모습이 정말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녀 같은 유리, 항상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기 좋은 애교쟁이 써니, 똑부러지고 활달한 수영이,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보기 좋은 효연, 평소 수줍어 하는 모습과 달리 무대에서 만큼 정말 멋진 막내 서현이. 이들이 서로 웃고 떠들고 힘들어하고 위로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팬이 될 수 밖에 없더라구요.


이게 요새 기획사들이 케이블과 손 잡고 아이돌 팬들을 포섭하는 전략, 이라는 건 물론 잘 알고 있죠. 아이돌들이 보여주는 '자연스러운 모습'이 사실은 편집과 의도적인 연기를 통해 만든 인위적인 모습일 수도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구요. 하지만 대학 공동체의 한계에 대한 무력감에 빠져있던 저에게 소녀시대의 생기 넘치는 모습은 그 자체로도 하나의 치유제였어요. 저 뿐만 아니라 주변의 몇몇 친구들도 소녀시대의 팬이 되어가면서, 서로 소녀시대 이야기를 주고 받고 몇 번은 소녀시대 무대를 보러 다니는 둥 정말 덕후들이 되어갔는데.. 그때는 차라리 그런 것 자체도 재밌었어요. 말과 글로만 지적인체 하며 떠들고, 결국 술자리 이상의 발전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던 대학 생활의 몇몇 만남 보다는 차라리 이게 좋았어요. 그래도 서로의 진솔한 감정과 감정이 만나는 자리였거든요. 소녀시대도 물론 좋았지만, 주변 친구들과 소녀시대라는 매개를 통하여 새로운 관계를 맺어가는 것도 재밌는 일이었죠.


물론 그건 입대를 앞둔 일종의 도피적 증후군이었을지도 몰라요. 아무튼 소녀시대의 1집은 기대보다도 훨씬 좋았고, 소녀들은 이제 정말 아이돌의 정상까지 올라갔죠. 그러나 화려한 아이돌이라는 위치나 방송에서 웃고 떠드는 모습들 이면에는 또 다른 아픔도 있겠죠. 초등학교 때 부터 일반적인 학교 생활을 하지 않고 기획사에서 나름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살아가야했던 아이들이니까요. 그리고 그녀들은 데뷔한 후에도 하루에도 몇 개씩의 스케쥴을 소화하며 전국을 누비는 '댄스 노동자'들이기도 하죠. 언젠가 동네에서 우연히 스쳐 지나가게 된 태연의 힘들고 지친 표정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네요. 아플고 힘들 때도 항상 웃어야하는 소녀들을 볼 때면 아이돌의 이미지를 그냥 소비하면서 살아가는 게으른 대중인 스스로가 부끄러워질 때도 있습니다. 나보다 몇 살이나 어린 소녀들은 스스로의 꿈과 현실을 위해서 저렇게 힙겹게 살아가는데,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도 들구요.


아직도 기억나네요. 동아TV에서 2007년 9월 25일 Yes APM! 패션콘서트에서 소녀시대가 했던 다시 만난 세계 무대. 그때 태연이 매우 아팠던 날인데, 처음 그 영상을 봤을 때는 태연이 아픈지도 모르고 있었어요. 그냥 오늘 따라 표정이 안좋네, 라는 느낌. 근데 팬이 찍은 직캠 영상을 함께 보니, TV 메인 카메라가 비출 때는 억지로라도 웃고 있다가 안무 상 뒤쪽으로 빠져서 카메라가 비추고 있지 않을 때는 아프고 힘든 표정이 역력하더군요. 알고 보니까 그날 급체로 몸 상태가 엄청 안좋았던 거죠. 그 사실을 알고 다시 돌려보니, 카메라를 보고 싱글 싱글 웃는 태연의 표정이 너무 안쓰럽더군요. 그리고 나는 이 소녀들처럼 뭔가 제대로 열정을 가지고 덤벼본 일이 있는지 자책하게 되구요.


소녀시대가 앞으로 어떤 길을 걸어 나갈지는 쉽게 예상하기 힘드네요. 아마 당분간 SM 아이돌들의 전철을 따라 아시아 여기저기를 누비며 외화벌이에 나설 것 같긴 합니다만, 적어도 그녀들이 소녀시대라는 이름으로 함께 활동하는 이상 그녀들만의 단독 콘서트를 한번은 열어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요. (보아는 한국에서 단독 콘서트를 한번도 하지 않았죠.) 한번쯤, 정말로 팬과 소녀시대가 이런저런 논리를 떠나서 음악과 무대를 통해 교감할 수 있는 시간이 있길 바라고 있어요. 그 것이 소녀시대 멤버들과 팬들이 앞으로 계속 추억할 수 있는 좋은 공연이 되길 바라구요.

홍석기

차가운 머리에 뜨거운 가슴, 이란 말이 잘 어울리는 예찬씨.

1. 9명이서 기계적인 동작만을 반복하는 소녀시대의 안무는 독재정권 하에서나 이루어지던 '매스게임'을 떠오르게 합니다. 고도로 훈련된 티가 팍팍 나는 그들의 춤 솜씨 역시 기계적이다-라는 느낌을 감출 수가 없구요. 이렇듯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파시즘의 잔재와 근대화의 유령 탓에 저는 소시에 비판적입니다. 이러한 단점을 단번에 뛰어넘을만한 소시의 매력이 있다면 좀 적어주시겠어요. (귀엽다, 이쁘다 이런 것은 안 통합니다. 그러한 형용사는 오직 원더걸스만을 수식할 수 있기 때문이죠)



- 소녀시대의 통일적인 군무에 대해 '기계적'이고 '파시즘의 잔재'와 '근대화의 유령'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과연 온당한지 먼저 짚고 넘어가고 싶네요. 물론 '아이돌 그룹'에게서 자본의 짙은 그림자가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죠. 그리고 이들을 통해 최대한의 이윤을 내려는 매니지먼트 사의 착취 역시 '아이돌 산업'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금치 못하게 합니다. (소녀시대와 원더걸스, 카라 같은 아이들이 하루에 소화하는 스케쥴을 생각하면 연예인들에 대해서도 근로기준법을 제대로 적용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미성년자들이 잠자고 이동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 노동하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니까요. 물론 버라이어티 출연이 무슨 노동이냐, 라고 반문하실 분들도 있겠지만.) 


그러나 단순한 안무의 짜임에 대해 '파시즘의 잔재'나 '근대화의 유령' 같은 표현은 글쎄요, 너무 오버가 아닌가 싶네요. 물론 저도 삼성 신입 사원 연수회에서 펼쳐지는 매스 게임에 대해서는 비슷한 감정을 가지곤 합니다만.. 그건 '매스 게임' 자체가 어떤 예술적이고 창조적인 성취를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닌 조직적이고 통일적인 행동으로 압도적인 광경을 펼쳐냄을 통해서 소속 조직에 대한 충성심과 우월감을 이끌어내기 때문이죠. 애초에 소녀시대의 군무가 그런 목적을 가지지 않았을 뿐만 더러, 일단 '기계적'이라는 표현도 좀 맞지 않는 것 같아요. <다시 만난 세계>의 군무가 물론 그렇게 느껴질만한 구석은 있었어요. 거의 모든 멤버가 통일 된 동작을 취했고, 그것도 거의 1초의 오차도 없이 완벽히 같은 동작이긴 했죠. 하지만 그건 각 멤버의 매력 보다는 '소녀시대'라는 브랜드 자체를 먼저 홍보하고자 하는 기획사의 마케팅 전략의 일환이었기 때문이었고, 곧이어 활동했던 다른 곡들에서는 안무 자체가 개인의 특성을 강조하는 쪽으로 변화하죠. <소녀시대>나 <Gee> 같은 곡에서는 각 멤버의 파트 별로 다양한 안무들이 펼쳐집니다. (물론 아홉 명이라는 인원의 특성 상 군무가 소녀시대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특성화된 무기이기 때문에 이를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았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예전에 비해 SM의 아이돌 관리의 방향이 많이 자유로워지고 있다는게 느껴진다는 점이죠. 신화 때까지만 하더라도 모든 방송 출연에 있어서 멤버들에게 주어진 대본 이외의 애드립은 쉽게 허용되지 않았죠. 물론 지금까지도 SM 아이돌들은 (슈퍼주니어 김희철을 제외하면) 싸이월드 미니홈피도 자기 마음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현실이긴 합니다. 그러나 동방신기 - 슈퍼주니어 - 소녀시대 - 샤이니 등의 방송 출연 모습을 보면 예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자유로운 발언을 보여주죠. (물론 그때문에 태연-강인의 라디오 사건 같은 일도 터지긴 했습니다.) 이는 무대에서도 마찬가지인데, <Gee>의 첫 가사인 "Listen boy, my first love story"는 티파니가 그날 그날의 상황에 따라 가사를 바꿔서 부르기도 합니다. 몇 가지 정황에 비추어보았을 때 이는 매니지먼트의 지시라기 보다는 멤버들의 합의에 의한 것으로 보이구요.


이처럼 이전까지 SM 아이돌을 대표하는 이미지였던 '엄격히 통제되는 아이돌'이 점점 바뀌어 나가면서 아이돌들이 매력을 발산할 수 있는 통로가 더욱 넓어지게 됩니다. 현재 슈퍼주니어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멤버들의 특징은 가끔 생각없어보일 정도로 잘 떠드는다는 것이죠. 소녀시대가 팬들을 끌고 있는 이유도 '어디에 놓아두어도 즐겁고 발랄하게 떠드는 여고생들'의 이미지를 계속 유지발전시키고 있기 때문이구요. 이런 것들이 가능해진 이유는 요새 아이돌들이 HOT, 신화 등 (나름) 노예 계약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기획사와 수직적 관계에 있었던 이전의 아이돌들과 상황이 많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지금 활동하는 아이돌들이 처음 기획사에 합류했던 시기가 보통 2000년대 초중반이죠. 이미 언론을 통하여 기획사들의 '노예 계약'에 대한 비판 여론이 많이 일었던 때고, 그 당시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난 매니지먼트 사끼리의 경쟁도 치열했던 시기입니다. SM 같은 경우는 시장의 선도기업의 위치에서 다른 기획사와는 차별화된 혁신의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구요. 게다가 이미 아이돌의 '출신 성분' 자체가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물론 일반화는 위험한 일이긴 합니다만) 1세대 아이돌들이 대부분 좋지 않은 집안 환경에서 일탈의 길로 춤과 노래를 선택했고, 기획사 대표와의 수직적 관계로 계약을 하게 되었다면(문희준, 전진이 무릎팍 도사에서 밝힌 과거사를 떠올려봅시다.) 요즘 아이돌들은 주로 예고에 다닐만한 먹고 살만한 중산층 이상의 가정에서 자라나 아이들의 꿈과 재능, 그리고 부모들의 선택의 균형점에서 주로 부모와 기획사 간의 '합의할 만한' 계약을 맺게 되죠. 게다가 이미 매니지먼트 사의 다원적 경쟁 시대가 열렸기 때문에 옛날과 같은 '노예 계약'이나 비인격적인 통제는 상대적으로 어려운 이야기가 된 겁니다. (물론 아예 없다고 말할 수는 없겠죠. 그래도 적어도 '대형 기획사'들은 힘든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그네들에게는 '지켜보는 눈'도 너무 많구요. 이미 '연습생팬카페'가 보편화된지도 오래된 상황이거든요.) 이제는 정말 '살아있는' 아이돌의 시대가 왔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겠죠. 그 어느때 보다도 아이돌들의 인기가 대단한 시기기도 하구요. (이전의 아이돌 소비층이 10대-20대에 한정되었다면 지금 아이돌들은 가히 '국민 아이돌'들이라고 부를만하죠.)


아... 왜 이렇게 이야기가 샜나. 좀 정신을 차리고 다시 답변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무튼 질문의 요지는 '소녀시대의 매력'이잖아요? 앞에서 떠든 이야기를 다시 불러오자면, 먼저 소녀시대의 발랄하고 생기 넘치는 모습이 정말로 보기 좋다는 것이겠습니다. 특히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원더걸스에 비해서요. 이건 양 그룹이 각기 버라이어티에 출연했을 때도 확연히 드러나는 것입니다만, 원더걸스 같은 경우 멤버들이 수줍음을 많이 타요. 자기들끼리 놓아두어도 그렇게 친한지도 잘 모르겠을 정도로 말도 별로 없고. 소녀시대는 어디에 출연하든 자기들끼리 모여있으면 참 재밌고 시끌시끌하죠. 그런게 또 귀엽고 예쁘기도 합니다. 요새 케이블을 중심으로 아이돌 홍보용 다큐 프로그램 제작이 자주 이루어지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으로 양 그룹의 데뷔 직후 모습을 담은 MTV 원더걸스, MTV 소녀시대가 있겠습니다. 저는 둘 다 재밌게 본 편이긴 합니다만, 원더걸스는 그 노래나 무대 퍼포먼스 뿐만 아니라 이런 종류의 사생활밀착 프로그램에서도 정말 우리가 생각하는 '소녀'의 모습은 보여주지 않아요. (물론 이 '소녀'라는 개념은 허구적 환상, 만들어진 이미지이긴 합니다만.) 소녀시대는 정말 '소녀'를 보여줍니다. 이게 이유 1이구요.


이유 2. 고도로 훈련되었건, 원래 재능이 있건 어쨌든 소녀시대는 타 그룹에 비해 춤과 노래가 돋보입니다. 이는 곧 '프로'에 걸맞는 실력을 지니고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구요. 아이돌도 어쨌든 가수인 이상 기본기를 보여줘야 할 때가 많은데, 카라는 뭐.. 사실 언급하기가 미안할 정도고 원더걸스도 선예 말고는 그렇게 가창력이나 춤이나.. 높게 평가할 만한 구석이 없죠. 반면에 (많은 멤버 수의 덕이긴 하겠지만) 소녀시대는 일단 태연/제시카가 있고, 티파니/서현/써니 등이 서브보컬로 충분한 능력을 보여주기도 하죠. 춤은 효연/유리/윤아/수영이 있구요. (비쥬얼은 뭐.. 그냥 아홉 명이 같이 서있으면 일단 그림이 나오니까.) 멤버들이 춤, 노래, 그리고 요새 아이돌들에게 필요한 능력인 예능까지 모두 썩 잘해주는 편이라 일단 다른 그룹에 비해서 눈에 띌 수밖에 없구요. 금상첨화로 곡들도 꽤 잘 뽑혀 나오는 편입니다. 아홉명의 보이스가 각기 달라 작곡가들도 소녀시대를 선호하는 편이기도 하구요.


이유 3... 을 쓰려고 했는데 이러다간 너무 길어질 것 같습니다. 아무튼 기화님의 질문에 대한 답변과 이 답변을 연결해서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아 너무 길게 썼다..

2009/06/21 15:14 2009/06/21 15:14
Posted by 프리스티

Leave your greetings.

  1. 김민규

    큭큭큭 이번에 티져사진 보는데 정말 좀 쩔더군요. 원더걸스 미국간 사이 열심히 외도를 즐기고 있습죠. 그렇지만 선예랑은 못 바꿉니다.

    2009/06/22 00:56 [ Permalink : Modify/Delete : Reply ]
  2. 문두환

    진지한듯 보이지만 농기 가득한 석기씨 질문이나 질문들에 대한 예찬씨 대답이나. 역시나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은 아닌건가요. 푸하하. 글 읽으면서 한참 웃었습니다.

    2009/06/22 11:20 [ Permalink : Modify/Delete : Reply ]

빠설2009/06/21 15:12

소녀시대의 새 앨범이 나온다는 소식은 작년 여름부터 들려왔다. 팬들 사이에서는 10월 초라는 상당히 구체적인 발매 시기까지 알려졌고, 타이틀 곡으로는 ABBA의 곡을 샘플링한 '궁극의 팝 멜로디'를 들고 나온다는 소문까지 들렸다. 그러나 뮤비 컨셉 촬영까지 마쳤던 새 앨범은 원작자가 곡 사용 허가를 안내주면서 엎어지게 되었다. 소녀시대의 컴백을 기대하던 팬들은 다시 한번 몇 달간 기다림의 시간을 가져야 했다.


 2008년 12월, 소녀시대 미니앨범의 티져 포스터와 티져 뮤비가 연달아 공개되었다. 원더걸스가 <So Hot>과 <Nobody>로 2008년을 평정했고, 브라운아이드걸스나 쥬얼리, 씨야와 같은 여성그룹들 역시 맹활약을 펼쳤다. 걸 그룹이라는 것이 슬슬 식상해질 무렵이었고, 후크 송의 대유행으로 이미 나올 수 있는 형태의 후크 송들이 모두 등장한 상황에서 소녀시대가 또 다시 후크 송을 들고 나온다는 소식은 많은 이들이 우려를 감출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


 대부분의 멤버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한 성인이 된 소녀시대는, 어찌되었든 좀 더 성숙한 이미지를 들고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이미 원더걸스는 그 시도에 성공했기 때문에, 후발 주자 입장에 서게 된 소녀시대의 부담감은 적은 것이 아니었으리라. 처음에 10월에 나올 예정이었던 앨범에 서브 타이틀격으로 느린 템포의 슬픈 곡으로 구상되었던 Gee 역시 급격히 그 방향을 틀 수 밖에 없었다. 지금의 형태로 Gee의 음원이 완성되었던 것은 11월 무렵이라고 알려져있다. 기본적으로 트레이닝 복과 교복 스타일을 변조해 활동했던 싱글과 1집 때 패션과는 다른, 이제 막 발랄한 대학 새내기의 나이가 된 멤버들에 맞추어 미니앨범의 스타일링을 하기 시작했다. 10월 활동에 예정되었던 패션 컨셉에도 그에 따라 변화가 주어졌다.


 뮤비 촬영은 12월 중순이었다. 10~20대 팬들을 주 타겟으로 하는 남성 아이돌과 달리, 여성 아이돌들은 충성스러운 팬 숫자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전국민적인 인기를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나치게 순진한 척 하거나, 지나치게 발랄무쌍하거나, 지나치게 섹시한 이미지를 들고 나와서는 안된다. 따라서 소녀시대는 절제된 이미지들을 하나의 곡 속에서 모두 보여주어야 한다는 어려운 과제를 맡게 되었다. 그리고 소녀시대의 Gee 뮤직비디오는 이 시점에서 소녀시대가 만들어나가야할 이미지를 완벽하게 구현했다.


 화려한 불빛의 쇼 윈도우 너머로 서있는 마네킹들이 보인다. 패션 샵의 소년 직원(샤이니 민호)은 윤아 마네킹을 들어 제 자리로 옮겨 놓는다. 소녀시대 아홉 멤버들이 각자의 포즈로 서있다. 열두시가 되고, 민호는 불을 끄고 가게 밖으로 나서며 쇼윈도우 너머 마네킹들을 둘러본다. 음악이 시작되고, 티파니의 나레이션이 나온다. 탁상형 시계에서 시간이 흐르고, 멤버들은 깨어난다. 뮤직비디오는 전반적으로 세가지 정도의 화면이 교차되면서 진행되는데, 하나는 맨 앞장면 부터 하나의 서사를 가지고 이어지는 화면, 그리고 핫팬츠를 입고 춤추는 화면이다. 멤버들은 각자의 파트마다 민호의 사진을 잠깐씩 수줍게 쳐다보면서 특유의 제스쳐를 보여준다. 아홉 명의 소녀들이 이런저런 패션 아이템들을 가지고 장난 치는 모습은 패션샵의 다양한 컬러에 맞추어 깜찍하고 발랄하게 그려진다.


 아무리 보아도 내복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상의를 입고 분홍, 노랑, 초록 핫팬츠를 입고 춤추는 소녀시대의 모습은 지나치게 섹시함을 강조하지 않으면서 건강한 이미지를 보여준다. 조금은 과도할 정도로 허리를 튕기는 안무가 쥬얼리의 그것처럼 아슬아슬한 섹시함으로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밝고 명랑한 음악과 패션의 건강한 이미지에 중화되었기 때문이다.


 한 차례 후크 부분이 지나가고, 두번째 파트부터는 멤버들이 민호 사진을 쳐다보는 장면이 사라지고 각자 파트에서 거울을 보며 자뻑하거나, 서로를 쳐다보며 예쁜 척하는 일종의 나르시즘적 모습을 보여준다. 처음에는 '소년 직원을 짝사랑하는 소녀 마네킹'이었던 소녀시대의 뮤비 컨셉에서 '남자'가 사라지는 것이다! 이는 소녀들의 풋풋하고 발랄한 첫 사랑을 그렸다는 Gee의 노래 가사에서 유독 그 지칭 대상이 모호한 이유와도 연관되는 것으로 보인다. Gee의 가사를 잘 살펴보면 나레이션 첫 부분에 티파니가 '리슨 보이'라고 말하는 것을 제외하면 소녀들이 첫 사랑에 빠진 대상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제대로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가사에서 이야기하는 '그대'가 누구인지 불분명하다. 가사 대부분이 첫사랑에 빠진 자기 스스로의 감정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원더걸스가 'Nobody nobody But You'라고 호소했던 것과 달리 Gee에서는 사랑에 빠진 대상을 지칭하는 단어 자체가 극히 드물게 등장한다. 가사 전체에서 Gee가 52번 등장하는 것에 비해 이 노래의 유일한 지칭어인 '그대'는 단지 다섯번 등장할 뿐이다. 이 쯤 되면 Gee라는 곡이 공주병 소녀의 자기 만족을 그리고 있는게 아닌가 싶은 오해도 불러올만 하다.


 클라이맥스 부분을 선명한 독창으로 강조시키는 것은 소녀시대 노래에 자주 등장하는 수법인데, 이 부분을 맡고 있는 유리 파트 부터 세번째 화면이 등장한다. 미니앨범 자켓 화보에 등장하기도 했던 흰 티만 입은 멤버들의 단체 화면이다. 발랄하고 건강했던 이제까지의 이미지와 달리 순백의 청정무구한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티져뮤비에서도 사용된 영상이다. 소녀시대의 (남성)팬들은 소녀시대를 무성적/유아적 존재로 설정하고 싶어하는 욕망을 가지고 있다. 뮤직비디오의 이런 화면은 그러한 욕망에 완벽하게 부응하는 장면일 것이다. 벽시계가 울리면 소녀들은 불을 끄고 황급히 제 자리로 돌아가 다시 마네킹으로 변한다. 이때 티파니가 투정을 부리듯 팔을 내리고, 멤버들은 자기들끼리 이야기하다가 가게 밖으로 나간다. 이미 짝사랑의 대상인 민호의 존재는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그리고 민호가 돌아온 자리엔 텅빈 가게와 Gee의 메시지들만 남아있을 뿐이다.


 이 뮤비는 '소녀시대'라는 판타지가 어떻게 구성되는 지 온전히 보여준다. 일단 여타 걸그룹들이 보여줄 수 없는 액티브한 군무는 기본이다. 마지막 후렴구에 맞춰 연새적으로 같은 동작을 취하고 마지막엔 점프(효연)까지 보여주는 안무를 한국에서 소녀시대가 아니라면 어떤 걸그룹이 소화할 수 있겠는가? 그뿐 만 아니라 하나의 곡 안에서 소녀시대가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이미지를 교차하여 보여주며 '소녀시대'라는 개성 자체를 부각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보통 아이돌 그룹들은 수많은 팬들의 다양한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서, 각 멤버의 캐릭터를 분할시키는 방법을 사용한다. 이렇게 분할된 캐릭터들은 각기의 개인활동을 통해서 극도화되고, 이럴 경우 그룹활동은 하나의 통일된 이미지를 들고 나와 그룹의 브랜드 네임을 유지하는 기능에 그치게 된다. 다른 어디도 아닌 바로 SM이 신화를 시작으로 이러한 전략을 구사하기 시작했고, 이를 타 기획사들에서 벤치마킹하여 일반화한 전략이 되었다. 무려 멤버 수가 열 세명이나 되는 슈퍼주니어는 이러한 전략의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다. 슈퍼주니어의 신곡 <Sorry Sorry>가 뮤비 내내 후까시로 일관하는 것을 생각해보자. (이 뮤비에서는 무려 신동도 후까시를 잡는다!) 그러나 이러한 일관된 이미지 이후에 바로 다양한 유닛활동이나 개인 활동을 통해 그룹 이미지보다 멤버 개개의 개성을 강조하게 된다. 물론 이는 급속히 변화하는 대중문화 시장의 흐름에 적응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행보이겠지만, 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의 아이돌그룹들이 가졌던 일종의 '아우라'를 그리워하는 보수적인 아이돌팬들에게는 조금은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예전보다 요즘의 아이돌들이 보여주는 보컬로서의 역량이나 댄스 능력은 월등한 편이고, 대중적으로도 음악적으로도 탁월한 레벨의 곡들이 아이돌 그룹을 통해 선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아이돌 그룹이 보여줄 수 있는 정말로 '아이돌'로서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어진 것도 사실이다.


 이 시점에서 소녀시대의 미니앨범 <Gee>의 히트는 단순히 모두에게 잘 들리고 잘 따라부를 수 있는 '국민 가요'를 만들어냈다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전통적 아이돌 상의 복구 - 이를테면 90년대 중후반 H.O.T, 젝스키스, SES, 핑클이 그랬던 것 처럼 -를 향한 선언과도 같은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그리고 그 최일선에는 그 뮤비가 보여주었던 '소녀시대'라는 이미지가 서있다. 소녀시대가 보여줄 수 있는 매력들을 마음껏 보여주면서 그 자체로 반짝 반짝 눈이 부신 아이돌 그룹으로 성장하고, 그만큼 충성스러운 팬들을 확보하게 된 소녀시대는 한편으로 대중들의 시선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한계 역시 노출하게 되었다. '아이돌'은 기본적으로 '대중'들의 폭넓은 인정아래 '팬'들의 열성적인 지지를 필요로하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대중들의 인정 없이는 컬트적인 인기 이상을 가질 수 없게 되고, 반대로 열성적인 다수의 팬들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그저 인기 가수 이상의 의미를 가지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때 대중들의 인정이라는 것은 어쩔 수 없이 많은 결점을 가진 한 사람의 인간일 수 밖에 없는 아이돌들이 자신의 결점과 약점 같은 것을 대중에게는 보이지 않게 만드는 일종의 주술을 통해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소녀시대의 경우 발랄하고, 귀엽고, 건강하고, 매력적인 소녀들의 이미지를 깨지 않고 끝까지 가져가는, 그 이미지를 어떻게 말하자면 '신비성'의 수준으로 지켜나가야만 그 것이 지속적으로 유지가능한 것이 될 것이다. 그러나 과거의 아이돌들과 달리 - 이를테면 심은하가 치명적인 동거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시대의 우상으로 남을 수 있었던 - 방송 매체를 통한 과도한 노출이나 인터넷을 통한 루머의 빠른 유포는 이것을 어렵게 만든다. 소녀시대도 3개월이라는 활동 기간 동안에 이런저런 구설수에 끊임없이 시달려야했다. (그리고 이 것은 아마도 소녀시대가 활동할 때 마다 해묵은 떡밥으로 되살아 날 것이다.)


 소녀시대는 세 달 동안의 미니앨범 활동을 접고 2집 음반을 위한 휴식기에 들어갔다. 소녀시대는 1집 활동을 통해 아이돌의 명가 SM 소속의 '주목할만한 아이돌 그룹'으로 그 브랜드 가치를 인정 받기는 했으나, 일반 대중들에게는 멤버 이름들 조차 다 알려지지 못했던 한계를 보이기도 했다. 1집 활동 중에 몇몇 멤버들이 높은 인기를 모았고, 1집활동이 끝난 후에도 태연과 윤아는 각각 OST와 드라마를 통해 대중적인 인기를 얻기는 했지만 그 것이 '소녀시대'의 성공이었다고 말하긴 힘들 것이다. 그러나 Gee 활동은 그야말로 '소녀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을 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렸고, (그 공정성에 대해서 큰 의문을 품고 있긴 하지만 어쨌든) 가요 순위 프로그램 1위를 휩쓸고, 이전의 기록을 갈아치웠을 뿐만 아니라, 10만장 가까운 음반 판매고와 100만 건 이상의 BGM 판매를 기록했다. 한 사람의 소녀시대 팬으로써, 그리고 한국 가요계에 더 좋고 다양한 음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써 전통적인 '아이돌' 개념을 되살릴 수 있을 것 처럼 보이는 유력한 그룹인 소녀시대가 긴 생명력을 가지고 대중음악시장을 이끌어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나 소녀시대가 진정한 아이돌로 오래 사랑 받기에는, 그리고 개개 멤버들이 각자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기반을 다지기 위해서는 그녀들이 가야할 길이 아직 멀게 느껴진다. 여름으로 예정된 2집을 기다리면서, 나는 그녀들이 - 그리고 그 어느 곳보다도 영악하면서도 도전적인 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가 - 보여줄 모습이 또 다시 새롭기를 기대한다. 그녀들의 구호가 "지금은 소녀시대!"에서 멈추지 않고, "앞으로도 소녀시대, 영원히 소녀시대!"까지 끝없이 울려퍼질 수 있기를..

2009/06/21 15:12 2009/06/21 15:12
Posted by 프리스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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