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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9/08 만주국 세미나 (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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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09/09/08 만주국 세미나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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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2009/06/19 만주국 세미나를 시작하면서 (1)
공부2009/09/08 18:50
한석정,『만주국 건국의 재해석』, 제 3장 <국군과 경찰> (2)

 오래간만에 만주국 세미나 발제를 작성해 본다. 아직도 만주국에 대한 탐구가 오늘날 한국에서 국민국가를 넘어서는 새로운 정치적 기획(이것이 아나키스트적 전망으로 곧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을 꿈꾸는 이들에게 매우 유효할 것이라는 데 나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최근 그나마 약간의 균열들이 주목되고 시작했지만 한국사의 ‘매끄러움’이란 그것이 기반하고 있는 이데올로기와 상치되는 돌출부들을 억압하는 한에서만 이루어진다. 만주국은 그러한 돌출부 중 하나이다. 비록 만주국이 한반도의 역사는 아니지만 같은 일제의 준식민지로서 우리에게 복잡한 감정을 자아내는 공간임은 틀림없다. 해서 기존의 민족주의 성향의 한국사 전공자들이 여기서 찾아내고자 했던 것은 식민지로서 당해야 했던 수탈같은 것들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다뤄왔다시피 사실 무력이 횡행하던 만주 일대를 안정화시킨 것도 만주국이고, 마냥 일본 관동군의 욕심에 만주국이 설립된 것도 아니라는 것을 비적들의 ‘협력’에서 우리는 익히 알 수 있었다. 또한 ‘치욕의 과거’식으로 해석되는 ‘식민지’ 시절이 하나하나 따져보면 심지어 당시뿐만이 아니라 오늘날의 근대 국민국가와도 커다란 차이가 없다는 것 역시 알 수 있었다. 오늘부터 다루게 될 것은 억압적인 수탈기지로서의 식민지라는 상을 넘어 본격적인 국민국가로 도약하려 했던 만주국의 모습이다. 다시 말해, 쥐어짜는 ‘병영국가’가 아닌 국민의 안전과 이익을 약속하는 ‘문민국가’의 면모이다.

병영국가 벗어나기의 세계적 경향: 아프리카의 경우

 허나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이런 식의 변화가 만주국의 특수한 사례가 아니라는 것이다. 일제가 아닌 유럽식민지의 경우 20세기를 지나면서 대부분이 ‘군사적인 허물’을 벗기 시작했다. 식민지 관리와 행정은 기존의 무장개척자들 대신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민간관료들이 대체하기 시작, 이른바 ‘관료제화’가 일어났던 것이다. 이런 변화를 촉발한 요인들은 무엇일까? 일단 아프리카만을 사례로 놓고 보자면 크게 4가지 요인을 들어볼 수 있을 것이다.

①반란 등 내부 치안의 문제를 일단락한 뒤 피지배층을 어루고 달래기 위함

②본국의 민간 관리들을 열대지방에 보낼 수 있는 위생 조건의 개선. 위생 사업 자체가 근대의 주요한 조건 중 하나임을 여기서 강조해 놓자.

③본국에서 식민지에 보낼 수 있는 고등교육 이수자가 이 시점에서 드디어 양성. 일종의 청년 실업 해결책으로 식민지의 행정관료가 제시된 것이다.

④당시 본국에서 형태를 갖추어 가던 관료제화 현상의 여파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는 아프리카의 사례이고 이 4가지 요인들로 해결되었다고까지 말하기는 힘든데 학자들이 게을렀다기보다는 이 지점이 대답해야 할 질문이 꽤 크기 때문이다. 그 질문이란 “외래정복자들이 군정을 쉽게, 아무 세력에 별 구애받지 않고 펼 수 있는 식민지에서 왜 그 통치양식을 바꾸었는가?”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라. 무력으로 치면 제국주의 열강과 피식민지들은 한참 혈기왕성한 대딩과 초딩에 비유될 수 있다. 그냥 꿀밤 몇 대 쥐어박고 삥뜯으면 될 텐데 무엇하러 복잡한 행정절차을 만들고 ‘우리는 하나’니 강조하며 심지어 ‘복지’까지 챙겨주어야 했다는 말인가? 이 질문을 회피하는 것이 식민지 수탈론이다. 그렇게 하면 마음껏 제국주의 국가들을 악마라고 욕할 수 있으니 마음은 편할지 몰라도 학술적으로 엄밀하지 못하다는 것은 틀림없을 것이다. 나아가 이는 제국주의를 비판한다는 정치적 목적에도 매우 손해인데 적을 만만하게 평가함으로서 스스로의 주장을 허약한 기반에 위치시키고, 나아가 수탈이 아닌 근대화, 복지 등을 제국주의와 무관한 탈식민화 국가의 특권으로 상승시키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사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은 ‘복지’ 또한 하나의 ‘지배 양식’이라는 것이다. 돼지를 때려서 키우나 꼴을 먹이면서 키우나 인간으로부터 돼지가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후자의 경우, 다양한 사료를 놓고 그 중에서 먹고 싶은 걸 먹을 수 있도록 배려해 주면 돼지는 그것을 자유로 착각할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군정이 아닌 식민국가’라는 역설?: 만주국의 경우

 일제의 식민지였던 한국에 사는 주로 유럽이 지배했던 아프리카의 사례는 ‘남의 일’로 간주될 수 있지만 흔히 한국 못지않게 어려움을 겪었다고 하는 만주국의 경우는 다르다. 만주국의 사정은 그럼 어떠했을까? 익히 말했듯이 1920년대 만주국 이전의 군벌체제에서부터 일본종부와 육군참모본부의 승인을 받지 않고 관동군의 ‘선전포고 없는’ 전쟁까지, 구체적 사건으로는 만주사변 ․ 러허침공 ․ 군부 내 갈등 ․ 소련과의 국지전 등등, 만주는 끊임없는 무력의 긴장 속에 놓여 있었다. 일본 행정부 군부의 상층과도 중국이나 여타 세력과도 독립적인 관동군이라는 대병력이 주둔한 전진기지라는 특성을 고려해 볼 때, 만주국의 통치에는 ‘군정’, ‘병영국가’가 가장 적합했을 것이다. 물론 당시 농촌의 중국인 지주들이나 도시의 일본인(주로 상공업자) 공동체가 사회적 세력으로 존재하고 있었지만 이들은 큰 힘을 행사하지 못했다. 즉 관동군은 당시 만주국의 실질적인 지배자였던 것이다. 하지만 만주국의 성장은 군사적 방향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심지어 만주국에서 형식적인 의미에서의 노골적인 군정은 존재한 적이 없었다고까지 말할 수 있을 정도이다.

 1. 민간관료의 등장과 군부의 침묵, 관료제화

  1)민간행정관료의 대두

 전반적인 행정은 군인들이 아닌 민간인들에게 맡겨졌다. 이는 군인들에 의해 운영된 아프리카의 초기 식민행정과의 큰 차이점이다. 이른바 ‘혁신관료’라 불리는 일본인 경제 관료들이 정부의 각 부처의 주요 위치에 포진, 주된 정사를 책임졌다(관료들의 이름은 책 99쪽부터를 참조). 잠깐 옆길로 새자면, 그렇다고 이들이 일본 내에서 비주류 정파에 속해 만주로 쫓겨온 것은 마냥 아니었다. ‘만주 파벌’이 대표적인 사례인데 마츠오카 요오스케, 키시 노부스케, 그리고 토오죠오 히데키가 포함된 이 파벌은 패망 때까지 일본 정부 내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다시 돌아와서, 이런 일본에서 교육받은 젊은 행정관료들의 유입은 만주국 초기 정부 요직을 차지한 비적․군벌 출신의 중국계 원로 장군들을 대체한다. 군벌이 사라지고 만주 지방의 군사적 색채가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약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2)관동군의 자기은폐

 또한 특기할 점은 관동군은 실질적으로는 무력을 독점한 지배자임에도 불구하고 애써 자신들의 모습을 감추려 했다는 것이다. 관동군은 만주국 정부에 결코 공개적으로는 지령을 보내지 않았다. 수많은 정부 훈령 중에서 “관동군”이라는 말은 초기 5년간 나타나지 않았다. 만주국에서 관동군의 위상을 감안해 볼 때 이런 침묵은 의도적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것이다.

이렇게 두 토대, 민간행정관료의 대두와 관동군의 이러한 자기은폐 위에 만주국은 빠르게 관료 조직체로 짜여 나갔다. 서구에서는 적어도 1세기가, 일본에서도 최소 수십년이 걸린 관료제화를 만주국은 그야말로 벼락치기로 이루려 하였다.

  3)벼락치기 관료제화

 우선 건국(1932) 첫 4개월 동안 정부 조직의 기본적 뼈대, 예컨대, 부서간, 중앙부서와 성, 성과 현의 분업, 승진과 호봉체계 등이 만들어져 만주국의 몰락까지 유지되었다. 공보 1호(1932년 4월 1일)에는 관리의 근무시간과 각 부서의 직인을 포함하는 세부사항이 발표됐고, 둘째 달에 공문서 작성과 송달 등의 규칙이 만들어졌다. 첫해 동안에는 경찰의 명찰, 정부 모든 부서의 영문 표기, 촉탁직의 임금 체계, 어려 종의 통계, 간행물 발간 등 전체 관료 조직체를 움직이는 대부분의 규율들이 정해지고 시행되었다. 이런 규칙들은 성긴 일반 목표를 제시하는 걸 넘어 모두 수많은 항목이 부착된, 엄청나게 세밀한 것들이었다. 이를테면 물품회계규칙의 경우, 모든 사무 용품의 모양, 재료, 색깔까지를 명시하고 있었다. 또한 이런 세밀함 이외에도 규칙들은 관료를 단련한다는 교육적 목적 역시 지니고 있었다. 이건 이렇게 하고 저건 저렇게 해야 한다는 지침들이 나열되었다. 행정적 훈련 이외에도 만주국은 관리들의 정신, 도덕성 훈련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 정부는 회계상의 독직이나 뇌물 사건을 엄중히 경고하고, 그런 일이 발생했을 시에는 철저한 조사를 명했으며, 심지어 부처 이전 시나 명절에 선물을 주고받는 관습까지도 금지했다. 거의 만주국은 히스테리적이라 할 만큼 관리들을 들볶는데 병가를 받은 관리들의 명단을 공개했으며, 오후의 휴게 시간 단축을 명하고, “게으르고 품위 없는” 관리들의 징계 규칙을 세웠다. 형무소 관리들의 경우, 의복과 청결 사항을 포함하는 260개의 수칙을 지켜야 했으며, 1936년부터는 걸음걸이까지도 점검하는 검열을 실시하였다. 재밌는 것은 이런 엄결한 규율을 지키지 않는 관리들의 직위 남용과 나태함이 발견될 때마다 항상 그것을 “군벌 시대의 폐습이며, 왕도(만주국의 공식 구호 중 하나)의 새 시대에는 있을 수 없는” 짓으로 매도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군벌 체제에 대한 만주국 정부의 뚜렷한 청산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이런 관리들의 훈련은 뒤에 또(아직 남았다!) 다뤄질 것이다.

 이런 관료들을 위한 규칙 말고 첫해에 주요한 정부 기관과 미래의 국가사업이 형태를 드러내었다. 건국 석 달 안에 이뤄진 일들을 나열해 보면, 소금 전매, 곡물 통제, 국기, 특별시제, 동성 특별구, 감찰원, 중앙은행, 농업협동조합, 통계청, 건국선전협회, 토지국, 몽정부(몽고인 담당 부서), 경찰학교, 경찰청, 특별 경찰, 영사관, 적산대책위원회(군벌 장쉬에량의 재산 처리를 위한), 방역, 사회 조사, 토지 조사, 새 화폐 주조, 새 교과서 저작에 관한 계획 등이 ‘한꺼번’에 만들어 졌다. 잠을 하루에 4시간 주무신다는 분도 울고 갈만큼의 추진력을 만주국 관료들은 보여주였다.

 따라서 거의 매일 정부공보는 새로 만들어진 법령, 규칙, 훈령의 발포과 개정으로 도배될 수밖에 없었다. 사실 이런 가속화를 가능케 한 데에는 만주국에 ‘의회’, 입법부가 사실상 없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참의부’라는 기구가 있기는 하였으나 ‘의회’라는 간판만을 달아놓고 있을 따름이었다. “의회가 존재하지 않는, 따라서 행정부의 결정에 어떤 저항도, 지체도 없는 만주국에서 법령은 쉽게 만들어졌다.” 

 2. 사회의 규율화, 시어머니 만주국

 이 즈음에서 우리는 국민국가 건설에 왜 군정이 적합하지 않은지에 대한 하나의 단서를 얻게 된다. 비록 처음 국가의 업무를 구획지은 것이 군인들이라 할지라도, 국가의 업무 범위라는 것은 군인들이 다룰 만큼 결코 단순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총무청과 함께 중앙 정부의 가장 중요한 조직이었던 민정부가 했던 일들을 보면 그야말로 국민의 ‘시어머니’가 따로 없다. 민정부는 대단한 인력을 부리며 새 건물의 화장실 설계를 조사하고 자전거, 수레, 심지어 개에도 번호판을 발급하고, 기녀들의 보건 상태를 매월 체크하는 등 사회생활 구석구석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기든스가 근대 국민국가의 중요 특징이라 하는 “정보의 비축”에도 매우 적극적이어서 재산, 토지, 건설에 대한 보고는 물론이요 식량 재고, 가구, 위생, 쓰레기 수거까지 포함한 보고가 이뤄졌다. 조금 더 나열해 보자면, 공동묘지, 도로, 전염병 예방, 초등학교 교과서, 종교, 교사, 사당, 사회교육 시설, 도서관, 박물관, 극장, 클럽, 여타 사회오락 시설 등의 조사가 명해졌다. 대도시는 가구 수를 매월, 소도시는 1년에 두 번 보고해야 했다. 민정부는 지방 부서에 약 100개의 훈령을 매년 보낸다. 이런 훈령들은 결코 상징적 효과만을 노리는 데 국한된 것은 아니었는데 이후 동반된 일종의 숙제 검사, 검열과 업무 점수 채점 등에서 정부가 실제로 훈령들이 행해지기를 기대했음을 알 수 있다.

 사실 ‘군인’이란 국경, 전방이나 변방에서 가시적 무력에 맞서는 데 훈련되어 있는 사람들이지 이런 행정적인 업무의 기획이라든가 시민사회 속에서의 시행에 익숙한 사람들이 아니다. 일단 ‘군인’은 ‘민간인’과의 거리에 의해 유지되는 존재이기도 한 것이다. 해서 이런 포괄적인 근대화의 기획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군인은 물론 아닌, 그렇다고 행정에 전념해야 할 관료들도 아니면서 시민사회 ‘속’에서 행동이 자유로운 계층이 필요했다. 이들이 바로 ‘경찰’이다.

  1)만주국 경찰 혹은 제국의 하사관

 사회의 최전선에서 국가가 벌이는 사소한 일을 도맡아 하는 이들은 대부분 경찰이었다. 행정 기구 상으로 만주국 경무사는 민정부에, 지방 경찰청은 성공서에 소속되나, 실제로 그들은 직속 상부에 소속되어있을 뿐 민간인 상사와는 독립적인 위치를 가지고 있었다. 대개 만주국의 정부요직들이 그랬듯이 경무사 책임자 자리도 중국인에게도 돌아가지 않았다. 만주국 경찰은 일반 관료의 몇 배나 되는 인력을 보유했는데, 1935년말 그 숫자는 7만6천여명으로 만주국군에도 도전할 수 있는 숫자였다. 이러한 만주국 경찰의 수는 일본 본토의 것보다도 많았는데, 당시 일본의 인구가 만주국의 두 배임을 감안하면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어떤 지방의 경우 경찰과 민간인의 비율은 100명당 1명 꼴을 이뤘다. 이런 대규모의 경찰은 단순한 치안 이외에도 수많은 대민 규제 사업을 떠맡는다. 만주국은 외관상 관동군이 최종심급으로 자리잡은 병영국가일지 몰라도 실제로는 경찰국가였던 셈이다.

 일본인 지배자들은 일종의 야심을 가지고 경찰을 양성한 것처럼 보인다. 건국 첫날에 만주국 정부는 모든 지방 관서에 경찰이 되기에 “합당한 사람”을 찾으라는 지령을 내렸고, 1932년 수도에 중앙경찰학교를, 각 성도와 현에 경찰훈련소를 지어 “기본 학력(6년의 초등교육)을 가진 젊고 우수한 남자들”을 미래의 경찰관으로 양성하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경찰들은 이렇듯 비적과는 연관이 없는 신선한 젊은이들이었다. 이들이 처음 맡은 업무는 비적 토벌이었지만 차츰 시장과 거리, 주택, 가게 등 민간사회 쪽으로 업무가 바뀐다. 또 이들의 업무를 나열해 보자면, 넝마주이, 신기료꾼, 우산 수리꾼의 매년 허가증 발급, 지문 채취, 일몰 후 및 옥내 영업 금지가 있다. 소위 ‘잡상인’에 대한 단속이 이뤄진 것이다. 경찰들은 자전거 운전자가 “두 손으로 핸들을 꽉 쥐고 타는지”를 감시했으며, 앞서 말했듯이 개와 수레, 인력거에도 번호판을 부착했다. 위험지역의 여행은 단속되었으며, 도로 파손을 막기 위해 차량의 최대 중량을 지정했다. 아편 환자, 기금 출연자, 자동차에 면허증이 발급되었고, 결혼신고서를 포함, 시민들이 써넣을 수백 종의 서식을 배포하며, 수많은 위생 조사 업무, 걸인들을 공공피한소를 데려가며, 노동자들을 감시하고, 상업 범죄자를 체포하고, 청소 캠페인을 벌이고, 극장, 여인숙, 점쟁이들을 조사하며, 소위 불순분자들을 반년 혹은 한달마다 감시했다. 1936년 한 해 동안만 경찰이 이 과정에서 약 8만 5천명을 체포한다. 민정부나 기업은 경찰에 사실상 모든 업무의 시행을 의존하게 된다. 이런 경찰의 활동을 가능하게 한 데에는 약 9만 3천 킬로미터에 이르는 경찰용 전신망이 큰 역할을 한다. 이런 통신 테크놀로지를 기반으로 경찰은 정신없이 시민들을 달달 들볶을 수 있었던 것이다. 한석정 씨는 아마 만주국 경찰이 세계에서 가장 바쁜 사람들이 아니었을까라고 묻기도 한다.

 하지만 들볶인 것은 경찰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정기적으로 각종 강습(1936년 한 해에 29개의 강습이 열렸다 한다)을 받았고 훈련 센터에 보내졌다. 1935년 중앙 경찰은 매주 경찰의 의복, 소지품, 훈련 상태(발걸음 포함)를 검사하는 몽고지역 경찰의 관행을 채택했다. 경찰은 매년 여러 종류의 검열을 실시하고 이 해 10월부터는 매일 한 시간씩 두 종류의 훈련(일반강습과 신체단련)을 받았다. 비록 훈련과 공무 집행에는 후한 보너스가 따랐지만 이런 단련은 격한 것이었고 또 많은 인력이 교체되기도 한다. 건국이래 경찰에 들어왔다 퇴직한 사람들은 1936년 말 1만 5천명에 달한다. 이는 전체 경찰의 20%가 교체되었음을 의미한다. 첫 5년동안 약 5천 명이 해고, 3천 명이 감봉, 1천 2백명이 견책되었으며, 약 9천명이 질병 및 기타 원인으로 사직하고, 약 700명이 순직한다.

  2)인민들의 교육

 일찍이 푸코의 『감시와 처벌』에서 근대의 지배적인 권력기제를 주권권력이 아닌 규율권력으로 정의한 바 있다. 그런 규율권력을 사회적인 레벨에서 실천했던 ‘장치’가 경찰이었다는 것(물론 경찰 자신도 규율의 대상이었다)을 알았다면 그런 규율권력의 내용, 표상하며 인민들에게 요구했던 바가 무엇인지 다뤄보아야 할 것이다. 물론 경찰의 업무들을 나열하며 많은 부분들이 이야기되었지만 말이다. 건국 다음달 만주국 정부는 두 개의 서로 관련되는 명령을 발행하는데 ‘새 교과서 편찬 계획’과 ‘체육대회’였다. “하나는 인민들의 정신을 통제하고, 또 하나는 신체를 장악하는 것이었다.”

 만주국 정부는 학교 체제, 교과목, 교과서 등을 완전히 새로 만든다. 교사 자격 역시 강화되어 전과가 있는 자는 교사가 될 수 없었다. 새로운 교과목인 수신과 강격이 만들어져 건국정신, 만주국인의 의무, 유교 정신 등이 강조되고 옛 교과서의 해악적 요소들 항일 성향의 가요, 일본 제국주의 비판, 국민당 찬양 등의 것을 없앤다. 문교부는 학생들의 의복, 식사, 두발 등과 관련되는 수백 개의 훈령을 학교에 보낸다. 장발, 음주, 흡연은 엄금되었다. 모든 교과서, 그리고 동화책은 문교부에 의해 선정되었다.

만주국 정부는 건국 첫 해에 학생들과 관리들을 급히 모아 “건국정신을 양양하기 위해” 체육대회를 거행한다. 이후 지방 관서에 현존 체육시설 현황과 개선책 연구를 명했고 “국민체육운동”이 벌어진다. 1933년에는 “국민의 건강을 증진하고 민족협화를 실현하기 위한” 만주국 체육협회가 발족되고 각 지방에 지회가 만들어진다. 문교부와 모든 성, 현공서에 건국정신, 민족협화, 유교정신, 위생, 보이스카웃 등에 관한 강습과 문화시설(도서관, 강습장 등) 유지를 맡는 부서가 생긴다. 모든 현공서는 ‘민중교육관’을 설립하고 그 실적을 보고해야 했는데 교육관의 운영은 글읽기, 시민정신, 생계, 건강, 유희 교육 등 5개 목표를 가졌다고 한다. 교양부터 오락까지 죄다 국가가 일일이 가르쳐 주었던 것이다.

 이렇게 광범위하게 이루어진 ‘사회교육’에 정부는 큰 기대와 노력을 투자했다. 현공서에서 사회교육을 담당하는 관리는 문교부에 올라가 새로운 강습을 받아야 했으며, 개중에는 국가의 지원을 받아 일본에 유학을 다녀오는 이들도 있었다. 만주국은 러허를 침공했을 때도 가장 먼저 교육관을 설립하여 큰 예산을 할당, 특별 강습들을 실시했는데 이는 사회교육이라는 것이 새 국가를 건설하는 것과 어떤 연관을 가지고 있는데 보여주는 사례이다.

2009/09/08 18:50 2009/09/08 18:50
Posted by 프리스티

Leave your greetings.

  1. 프리스티

    3,4,5번의 경우 제가 아닌 세미나를 함께 하는 친구의 발제입니다.

    2009/09/08 18:54 [ Permalink : Modify/Delete : Repl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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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3/26 07:05 [ Permalink : Modify/Delete : Reply ]

공부2009/09/08 18:49
한석정, 『만주국 건국의 재해석』, 제3장 <국군과 경찰>

 앞 장에서 우리는 만주국이 당시 만주 지방에 널리 퍼져있던 무장 세력들을 굴복시키고 포섭하며 중앙 정부의 상비군이 성립 과정과 그를 통해 대외/대내적으로 ‘독립국 효과(밥 제솝)’가 산출됨을 볼 수 있었다. 2장에서 만주국의 발생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3장에서는 만주국의 정상화에 초점이 맞춰져 무력과 국가의 관계가 다뤄진다. 좀 거칠게 말해 게임 삼국지로 치자면 2장이 ‘건국 미션’이었다면 3장은 대내적인 치안에 포커스가 맞춰진 셈이다. 즉 “전쟁주비나 전비확보 등 군사적 방향”보다는 “신민들에 대한 규제나 훈육”, “민간사회”로의 “내면적”인 “침식”이 여기서 다뤄진다. 그리고 이런 서술은 단순히 이론적 관심의 다양성이 아닌 실제 만주국의 역사의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다.

근대 국민 국가와 무력의 연관성

 사실 근대 국가를 정의하는 데 있어 ‘무력’의 요소를 강조하는 것은 사회학 전통에서 그리 낯선 것은 아니다. 앤서니 기든스는 근대 국민국가란 “경계 안의 힘의 용기bordered power-container”라 하며 ‘국가’의 장구한 기간에 있어 “무력의 독점”이 가능하게 된 것은 국민국가에 이르러서라고 논하며, 찰스 틸리는 “유럽국가들이 근본적으로 전쟁을 도발하는 기계이며, 국가조직의 합리화, 정비는 전쟁경비의 염출과 경영에서 비롯된 것이라 한다.” 독일의 역사학자 오토 힌츠는 “유럽 근대국가의 등뼈는 상비군”이라 말하기도 하였다. (한석정 씨가 넌지시 언급하듯이 우리는 마르크스주의 전통에서 이 문제에 대한 시초로 엥겔스를 거론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맑스주의 전통에서 무력의 문제와 그 현재성에 대한 분석은 발리바르의 논문 「전쟁으로서의 정치, 정치로서의 전쟁」을 참고) 사실 이 부분은 2장에서 이미 강조했던 부분들이다.

식민국가는 ‘국가’인가?

 한석정은 근대 국가와 상비군과의 관계를 이런 측면(정치에 대한 군부의 영향력)이 그나마 잘 알려진 현대 제3세계의 국가 발생 초기(실없는 소리를 덧붙이자면, 독립을 해서도 제3세계는 유럽 사회과학의 실험실이 된다)보다는 “식민지의 상황”, 보다 구체적으로는 “식민국가가 건설되는 초기 생성과정”에 적용해 볼 것을 제안한다. “19세기 말 이후 동서양의 식민지 상황에서 무인들의 시대가 있었다는 것은 별로 알려져 있지 않다.” 일제시대 조선과 타이완의 경우, 총독들 거의 전부가 현역장성이었고, 아프리카 식민 행정 초기에서 군정색채가 강했다. 식민지 관리에 있어 군사적 성격이 덜한 영국의 경우에도 군 출신을 현지로 보내는 일이 잦았다고 한다. 이렇게 파견된 군인들은 군사적 업무뿐만이 아니라 도로를 닦고, 오지에 관청건물을 세우는 등 온갖 비군사적인 의무를 수행했다. 민간인들은 상인이건 관리든 간에 “횡재를 하는 것보다는 목숨을 잃을 가능성이 훨씬 높은” 지역으로 가려고 하지 않았으나, 군인들은 “명성에 대한 갈구”가 있었다는 것이 이런 현상의 한 원인으로 이야기될 수 있을 것이다. 만주국의 경우, 2장에서 제시된 군사적 불안의 팽배 역시 또다른 이유로 거론될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서 잠깐 한석정의 제안이 의미하는 바를 곱씹어 보자. 정확히는 알지 못하지만 한석정은 ‘(무력과) 근대 국가의 발생’에 관한 사회학의 연구가 2차 대전 이후 제3세계에 집중되어 있는 학계의 경향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그런 경향은 일단 제국주의 열강들에 의해 행정권, 군사권, 외교권이 지배되는 ‘식민국가’를 ‘근대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전개된다. 하지만 일단 군사적 측면에만 주목하여 1960년대 비동맹운동의 정의처럼 “외국군에 의존하지 않고 나라를 스스로 지키는 것”을 “주권의 기준”으로 삼을 경우, 우리는 놀랍게도 이 기준이 기초적인 것이 아니라 너무 “엄격함”을, “20세기의 많은 주권국들”이 이 기준을 통과하지 못함을 관찰하게 된다(1장, 30페이지 참조). 이에 따르면, 미군 주둔을 허용하는 남한과 일본, 그리고 구서독 역시 완성된 근대 국가가 아니다. “진정한 독립국”은 UN안전보장이사회의 몇 개 강대국들뿐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현 세계의 ‘국가’들을 ‘근대 국가’로 긍정하기 위해서는 ‘미군이 주둔했어도 상비군, 자위대는 별도로 있으니 군사적 자율성이 없다고 볼 수는 없다’식의 방어적인 태도를 고수하는 방법만을 택해야 하는 것일까? 그러한 ‘기준 자체’가 문제로 볼 수는 없을까? 어쩌면 우리는 ‘완성된 근대 국가’라는 신기루를 쫓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근대 국가가 그 자신의 완성에 (역설적이게도) ‘미완성’을 포함하고 있다면?

 밥 제솝의 “국가 효과” 개념은 여기서 빛을 발한다. “국가라는 개념은 실제 구조로서가 아니라, 그런 구조로 보이게 하는 시각적, 언술적 실행으로서 파악해 볼 수 있는 것이다.(60쪽)” 정신분석이나 지젝의 논의에 익숙한 사람들은 여기서 상황을 구조화하는 텅 빈 중심에서 비롯되고 ‘유지’되는 “상징적 권위”를 떠올려 볼 수 있을 것이다. “그것[상징적 권위]은, 유효한 권위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완전히-현행화되지-않은 것으로, 영원한 위협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지젝,『신체없는 기관』,18쪽)” 발리바르 역시 「민족 형태」라는 논문에서 “사회의 지체한 민족화”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근대 국가의 필수적 요소로 간주되어 온 네이션(‘국민’ 또는 ‘민족’)이 결코 ‘완성’된 적이 없다는 것을, “너무도 지체해서 필경 끝이 없는 과제”로 보인다는 것을 지적한다. 논쟁의 여지가 없는 국민 국가의 사례로 언급되는 프랑스의 경우, “학교교육의 일반화, 육체노동자의 지역간 이주와 군복무를 통한 관습과 신앙의 통일, 정치적, 종교적 갈등들이 애국적 이데올로기에 종속한 것과 같은 것은 20세기 초”에 나타났다. 바우만이 이루어질 수 없는 “상상적 초점”으로 근대성을 정의하는 것 이러한 사유 방식의 한 예로서 언급할 수 있을 것이다(김학이,「홀로코스트와 근대성」). 이러한 논의들의 공통점은 다음과 같다. 국가는 ‘토대’로서 뿌리깊은 소나무처럼 그저 있는 것이 아니다. 국가는 각종 “국가 사업” 및 “국가 효과”를 통한 부단한 역동적 과정을 통해 존재하게 된다. 하지만 이것이 국가가 단순히 ‘환영’에 불과하며 건들면 무너지는 위태로운 건축물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국가가 ‘가상’이라는 것은 틀림없지만, 이 가상은 분명한 물질성을 가진다. 이 ‘가상’은 우리의 삶의 양식 전체를 조직하고 규정하는 데 자본과 함께 큰 역할을 담당한다.

 이런 ‘근대 국가’ 개념에서 많은 결론들이 도출될 수 있을 것이나, 일단은 미완성으로 보이는 ‘식민 국가’ 역시 분명한 ‘근대 국가’의 사례로서 간주해야 된다는 데 일단 머무르도록 하자. 물론 여기서 근대 국가가 이전의 국가들과 단절점, 제국주의 시절 식민국가와 전후 (형식적이라고 비판이 가능할망정) 독립국가의 단절점이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해 온 것보다 그 단절점은 훨씬 ‘희미하다’는 것이 한석정의 제안에 기댄 나의 논지다. 식민국가는 전후 국가가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자신의 본질적 이면일는지 모른다(일부 한국철학/사학 전공자들이 식민사관에 대한 격렬한 혐오증을 생각해보라. 결국 그/녀들은 식민지기의 한반도의 제도권 국가를 일본의 몫으로 넘겨주는 결과를 초래한다.)

2009/09/08 18:49 2009/09/08 18:49
Posted by 프리스티